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올 초 옥중에서 항소심을 준비하던 시기에 수십억원어치의 보유 주식을 추가로 처분한 사실이 밝혀졌다. 검찰은 정 대표가 보유 주식을 처분해 마련한 대규모 자금이나 주식 자체를 구명 등 로비용으로 활용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돈의 흐름을 파악하는 한편 차명 주식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정 대표가 보유한 네이처리퍼블릭 보유 주식 수는 560만5,920주로 지난해 말(572만5,920주)보다 12만주나 줄었다. 상습적으로 도박을 한 죄로 옥살이를 하는 과정에서도 대리인을 통해 보유 주식을 대거 판 것이다. 이 기간 네이처리퍼블릭이 장외시장에서 6만~8만원 사이에서 거래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매각 대금은 최대 96억원에 이른다. 정 대표가 보유 주식을 대거 매각한 사실이 확인된 것은 두 번째로 지난해 36만주에 이어 올 들어서도 12만주를 추가로 매각했다. 이에 따라 2014년까지만 해도 100%였던 그의 네이처리퍼블릭 주식 보유 비중은 현재 73.88%까지 줄었다.
검찰은 정 대표가 수사를 받거나 재판을 준비하는 시기에 주식을 매각한데다 매각금액이 600억~700억원대에 이른다고 보고 주식매각 대금의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특히 그가 옥중에서도 주식을 매각할 수 있도록 도운 대리인도 수사선상에 올랐다.
검찰은 또 정 대표가 지인이나 직원으로 주식 명의를 바꿔 비자금으로 관리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차명 주식 보유자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정 대표의 주식거래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있는 이유는 정 대표가 주식을 판 시기가 검찰 수사를 받거나 재판을 준비하던 때와 겹치기 때문이다. 옥중에서 대리인을 통해 보유 주식을 판 시기는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받고 항소심을 기다리던 때였다. 앞서 지난해 600억원대의 주식을 처분한 기간도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수사를 받던 시기와 겹친다.
검찰 관계자는 “정 대표의 보유 주식이 거래되는 과정 전반을 살펴보고 있다”며 “네이처리퍼블릭이 유상증자하는 과정은 물론 참여자 등 다양한 부분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 대표가 수감생활 중에서도 주식을 대거 매도했다는 점에서 이면에 대리인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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