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급 학술상을 운영하고 고액 기부자로도 유명한 부산 경암교육문화재단의 송금조(93·사진) 회장이 자서전 ‘나는 여기까지 왔다’를 펴냈다.
지난해 11월 305억원 기부를 놓고 부산대와 기나긴 송사를 겪고 나서 재단에서 출간한 ‘외로운 기부, 지난 10년간의 편지’와는 다른 이야기를 담았다.
직접 쓴 그의 자서전에는 경남 양산에서 가난한 농민의 8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이야기부터 국내 최고 학술상인 경암학술상을 제정하기까지의 일들이 담담하게 그려졌다. 그는 책에서 이 시대의 세대가 그렇듯 닭을 키워 월사금을 마련해 초등학교를 17세에야 졸업했다고 밝혔다.
일본인이 경영하는 약품도매업 점원으로 시작해 20대 초반에 약업상·미곡상·양조장·광산업·무역업·봉제공장 등 안 해본 것이 없었다. 이 과정에서 숱한 좌절과 어려움을 겪었다. 기계금속 업종인 태양사를 창업해 운영할 때는 부산에서 수년간 가장 많은 개인소득세를 내기도 했다.
2003년 부산대에 305억원을 기부약정을 하고 지금까지 200억원을 기부했다. 부산대가 기부금을 기부자의 뜻에 따라 사용하지 않은 문제로 소송까지 벌어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2004년에는 1,000억원을 출연해 경암교육문화재단을 설립하고 경암학술상을 만들었다. 이 학술상은 5개 부문 수상자에게 각 2억원의 상금을 주는 국내 최고의 학술상이다.
이 같은 통 큰 기부와 달리 3,000원짜리를 넘는 점심은 먹지 않을 정도로 그의 삶은 매우 검소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17세 때부터 76년을 살아온 부산의 시대별 사진과 주요 사건을 다룬 신문기사를 배치해 부산의 변천사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했다./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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