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는 북한의 ‘형제국가’로 꼽힌다는 점에서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는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외교적 고립을 심화시키고 북한의 핵개발 저지를 위한 공조를 확대한다는 의미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또 중미 카리브해 지역의 핵심 국가인 쿠바와 관계개선이 이뤄질 경우 그동안 낙후된 사회적 인프라 개발을 위한 국내 기업들의 진출도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4일(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열린 ‘제7차 카리브국가연합(ACS)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주최국인 쿠바 정부 고위급 인사들과도 접촉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 쿠바의 관계 정상화 문제는 윤 장관과 쿠바 측 고위 인사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어느 정도로 논의가 이뤄질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윤 장관의 쿠바 방문에 대해 “양국 간 수교 논의를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 정부는 오래전부터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물밑에서 쿠바와 긴밀히 접촉해왔다. 2013년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 기간 중 쿠바가 의장국을 맡아 열린 ‘제2차 라틴아메리카·카리브국가공동체(CELAC) 트로이카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한·쿠바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한 것이 대표적이다. 2014년 5월에는 일레아나 누녜스 쿠바 대외무역부 차관이 KOTRA 초청으로 방한했고 같은 해 7월 서울에서 열린 ‘제3차 한·CELAC 콰르테토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쿠바 외교부 다자 및 국제법 총국장(차관보)이 한국을 방문하는 등 고위급 인사 교류가 이어졌다. 우리 정부의 노력은 지난 2014년 12월 미·쿠바 국교 정상화 선언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윤 장관은 지난해 2월 국회에서 “연내 쿠바와 국교 수립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과 쿠바의 관계 정상화 의미에 대해 외교통상부 제2차관을 역임한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한에 대해 역사의 옳은 편에 서도록 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면서 “중미 카리브해 지역이라는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초석을 놓는 역할도 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주현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장은 “쿠바는 북한과의 오랜 의리를 지키는 차원에서 한국과 관계 정상화의 속도를 조절했지만 최근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으면서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면서 “미국과 관계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으니 제한적으로나마 (한국과 수교의) 길을 틀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에서는 박근혜 정부 임기 내 한·쿠바 수교 가능성이 흘러나올 정도로 전망은 긍정적이다.
북한은 쿠바가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한·쿠바 수교를 저지하기 위해 지난해 3월 리수용 외무상(현 노동당 정무국 부위원장), 같은 해 5월 강석주(사망) 노동당 국제담당비서를 쿠바에 보내는 등 필사적인 방해 공작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윤 장관의 쿠바 방문도 막판까지 철저한 보안을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서는 북한의 제7차 노동당 대회 직후인 지난달 김영철 노동당 정치국 위원(대남담당 부위원장)이 쿠바를 찾아 라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을 만나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쿠바와 우리 정부 간 관계 정상화 논의가 급진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10월에는 쿠바의 차관급 인사가 언론에 한국과의 수교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을 했다가 전격 경질되기도 했다. /노희영·박경훈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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