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교국 쿠바를 방문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4일(현지시간) “박근혜 정부 들어 한국과 쿠바 간 관계개선을 위해 조용하지만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며 “저의 방문 자체가 또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장관이 우리나라 외교부 장관으로는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한 자리에서 관계개선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쿠바 고위급 인사와의 접촉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 장관은 이날 쿠바 수도 아바나의 한 호텔에서 외교부 공동취재단과 인터뷰를 갖고 “지금까지 노력해온 것처럼 여러 면에서 접촉면을 넓혀 서로 신뢰를 쌓아가다 보면 어떤 시점에 우리가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양국 관계 정상화의 급진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제 윤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양국 수교를 의미하는 “서로가 원하는 그런 좋은 결과” 등의 표현을 수차례 했다. 외교가에서는 박근혜 정부 임기 중 한·쿠바 수교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윤 장관은 이날 아바나에서 열린 카리브국가연합(ACS)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쿠바를 방문했다. 우리나라는 정식 회원국이 아닌 참관국(옵서버) 자격으로 ACS의 초청을 받았다. ACS는 카리브해 인근 국가들 간 협력 등을 위해 지난 1995년 설립된 국제기구로 의장국인 쿠바를 비롯해 멕시코·베네수엘라 등 25개 국가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ACS 정상회의가 2014년 12월 미국과 쿠바의 관계 정상화 합의 이후 쿠바에서 개최되는 최초의 정상급 다자회의이며 ACS의 초청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 윤 장관의 참석을 결정했다. 윤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프랑스 순방 일정 종료 직후 프랑스에서 쿠바로 향했고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은 윤 장관 도착 전까지 윤 장관을 대신해 ACS 정상회의 일정에 참석하면서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 의지를 나타냈다.
한편 정부는 쿠바가 ACS 의장국으로서 역점을 기울이고 있는 카리브해 도서 지역 해안 침식 문제 해결을 위해 쿠바와 하반기 실무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바나=외교부공동취재단·노희영·박경훈기자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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