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룡포=“100㎜ 이상 비가 와야 청소가 되고 수량이 생기는데 올해에는 40㎜ 이상 온 적이 없어요. 게다가 바닥이 모래인 사천이라 비가 많이 와도 일주일만 지나면 물이 스며들어 버려요.” 팔각정 전망대에서 만난 박용성 해설사는 기자에게 물이 흐르는 회룡포를 보여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안타까운 듯했다.
하지만 기자의 눈에는 수량은 줄었어도 하얀 백사장이 둥글게 똬리를 튼 용처럼 굽이치며 돌아가는 회룡포의 모습이 충분히 선명했고, 또 아름다웠다. 강물이 굽이돌아 섬처럼 보이는 회룡포는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이 마을을 감싸고 돌아가는 모습이 마치 용이 산을 끌어안고 하늘로 올라가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회룡포 옆 이계바위에는 전설이 서려 있다. 옛날 이곳에는 ‘이계’라는 기생이 살았다. 그의 정체는 동해 용왕의 막내딸이었는데 사람 사는 세상으로 놀러 나온 참이었다. 그러던 가운데 아버지인 용왕으로부터 “당장 돌아오라”는 전갈을 받았고 물속으로 나 있는 동굴을 따라 동해로 가버렸다. 사귀던 정도령이 급제를 해서 어사가 돼 내려왔는데 이계는 떠난 후였다. 그날 밤 정도령의 꿈에 이계가 나타나 “사실은 내가 용왕의 딸이라 동해 바다로 돌아왔다”며 “당신이 관리로 출세하도록 도와주겠노라”고 말했다. 훗날 정도령은 이계의 말처럼 정승까지 올랐다고 한다. 요즘도 회룡포 마을에서 잠을 자다 청룡꿈을 꾸면 출세를 하고 황룡꿈을 꾸면 큰돈을 번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삼강주막=서울 양재역에서 사진으로만 보던 삼강주막 위로 초여름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삼강주막은 지난 2005년까지 주모 유옥련씨가 밥과 술을 팔며 실제로 영업을 하던 곳이다. 한국전쟁 때 남편을 잃고 주막에서 번 돈으로 4남매를 키운 유씨는 60여년간 이 주막을 지켜오다 2006년 88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주막은 2005년 경상북도 민속자료 제134호로 지정됐고 2007년 예천군에서 1억5,000만원의 비용을 들여 옛 모습대로 복원해놓았다. 최상렬 해설사는 “삼강주막은 낙동강, 내성천, 문경에서 흘러오는 금천이 합쳐져 붙은 이름”이라며 “예전에는 보부상들과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들로 붐비던 곳이었다”고 말했다. 주막은 삼강마을 부인회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주말에는 2,000~3,000명, 평일에는 500~600명의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다.
◇초간정 원림=아름다움은 사물을 보는 사람의 주관적 판단이다. 전쟁이나 난리에도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다는 십승지지(十勝之地)로 유명한 금당실마을을 찾았다가 가는 길에 들른 초간정 원림에 마음을 빼앗긴 것도 그런 이치다. 1985년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143호로 지정된 초간정은 20여권에 달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 ‘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을 저술한 초간 권문해 선생이 1582년(선조 15년)에 처음 지은 정자다. 현재의 건물은 1870년(고종 7년) 후손들이 보수해 새로 건축한 것이다.
용문면 원류마을 계류 암반 위에 막돌로 기단을 쌓고 지은 건물로 정면 3칸, 측면 2칸에 사각기둥을 세우고 기와를 얹은 팔작지붕집이다. 내부에는 왼쪽 2칸에 온돌방을 만들어 사방으로 문을 달아 전망을 확보했고 대청마루 사방에는 난간을 둘렀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모습은 창경궁 부용정에도 견줄 만해 올가을 한가한 어느 시간에 내 발길은 이곳을 다시 찾을 듯싶었다.
◇2016 예천 세계곤충엑스포=오는 7월30일부터 8월15일까지 예천 공설운동장과 곤충생태원 일원에서는 ‘세계곤충엑스포(www.insect-expo.co.kr)’가 열린다. 곤충놀이관에서는 직간접 체험을 통해 곤충과 함께 즐기는 내용의 콘텐츠가 준비돼 있으며 곤충산업관에는 곤충에 대한 연구성과 및 관련 기업 홍보의 장이 마련된다
/글·사진(예천)=우현석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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