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업계에 느닷없이 ‘7대 지표’가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인바운드(외국인의 한국 방문) 관광산업의 ‘질적 성장’ 추이를 확인할 수 있는 7대 지표를 올해 처음 선정하고 중점 관리하기로 했다. 질적 성장을 표현할 7대 지표는 △방한 횟수(재방문율) △한국 선택 시 고려요인 △체재기간 △한국 여행 시 방문지(시도 단위) △1인 평균 지출경비 △1일 평균 지출경비 △한국 여행에 대한 전반적 만족도 등이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소비액’이다. 최근 공개된 ‘2015년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5년의 1인 평균 지출경비는 1,712.5달러로 전년 대비 107달러 늘었다. 1일 평균 지출경비는 328.1달러로 12.3달러 증가했다. 체재기간은 6.6일로 0.5일 늘어났다.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으로 홍역을 치른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결과다.
까다로운 지표도 있다. 한국 선택 시 고려요인으로 쇼핑은 67.8%(전년 대비 4.5%포인트 하락), 자연풍경 44.8%(4.7%포인트〃)로 줄어든 대신 음악·미식 탐방 42.8%(1.7%포인트 상승), 역사·문화유적 27.6%(2.4%포인트〃)로 늘었다. 반면 한국 여행에 대한 전반적 만족도는 93.5%로 0.5%포인트 하락했다. 한국 여행 시 방문지는 지역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조사됐는데 지난해 서울(78.7%)이 전년도 대비 1.7%포인트 하락한 데 비해 제주도(18.3%)는 0.3%포인트 늘었다. 경기와 인천이 각각 0.3%포인트, 1.8%포인트 증가한 것을 보면 수도권과 제주도 집중도는 더 심해졌다.
문체부가 질적 성장을 표방하면서 역시 숫자 위주의 지표를 내세운 것은 아이러니다. 정책 목표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성과를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숫자가 지니는 매력도 상당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다.
당장 7대 지표 가운데 논란이 큰 부분은 재방문율이다. 그동안 재방문율이 낮다고, 즉 두 번 이상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적다고 자주 지적됐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2회 이상 재방문율은 46.1%로 전년도의 34.9%보다 크게 높아졌다. 문제는 기준. 2014년까지는 ‘최근 3년간의 방문 횟수’였는데 지난해는 ‘방문 횟수(평생 동안)’로 바뀌었다. 즉 대상 기간이 늘어나면서 재방문율도 당연히 높아진 것이다. 재방문율의 급증은 이러한 기준변화에 따른 착시다. 재방문율 기준은 ‘3년간’보다는 ‘평생’이 더 적당할 수 있다. 그러나 숫자에 대한 집착이 결국 오해를 부르고 있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2014년 1,420만명에서 지난해 1,323만명으로 줄었다. 올해 목표는 1,650만명이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는 숫자놀음이 허무하다는 것을 증언했다. 결국 ‘양보다는 질’이다. 물론 질적 변화는 말로만 외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문체부는 기왕에 제시한 7대 지표를 지혜롭게 활용하되 일시적인 수치 등락에 과민하게 반응해서는 안 된다. 단단한 관광산업 토대가 필요한 시기다. 과유불급은 관광산업 평가에서도 마찬가지다.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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