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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살리기, 외국인근로자 휴가만한게 없죠"

대구 車부품업체 에이비테크 양근재 대표의 색다른 제안

2년 전부터 장기휴가 정례화하자

선물비용으로 500만원 이상 지출

국내 외국인 근로자 120만명 중

10%만 휴가가도 내수진작 효과

우수 사업장엔 근로자 정원 확대 등

인센티브제 도입 활성화 나서야

에이비테크에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경남 산청군 경호강에서 레프팅 체험을 한 뒤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제공=에이비테크




양근재 에이비테크 대표


최근 대구 달성2차산업단지 에이비테크에서 만난 방글라데시 출신 외국인 근로자 투바라크(32)는 다음달 5일 고국으로 장기 휴가를 떠날 계획에 한껏 들떠 있었다. 한국에서 온 지 4년여 만에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들을 만나게 되니 그럴 만도 하다.

투바라크는 “휴대폰·화장품·이불·옷 등 벌써 400만원 어치 선물을 샀고 가족들에게 나눠줄 생각을 하니 너무 설렌다”며 “한국 제품의 품질이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자동차 부품 업체인 에이비테크에 근무하는 방글라데시·스리랑카·캄보디아 출신 12명의 외국인 근로자는 근속 1년이 지나면 1명씩 돌아가며 고향으로 휴가(무급)를 갈 수 있다. 휴가기간은 보통 한 달 이상 장기다.

휴가는커녕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일을 시킬지 고민하는 국내 대부분의 외국인 근로자 사업장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 이 회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장기 휴가 발상은 이 회사 양근재(사진) 대표이사의 생각에서 나왔다. 재작년 가족이 보고 싶어 두 달간 휴가를 달라고 애원한 외국인 근로자 데완(28)의 사연이 계기가 됐다. 한국에 오기 전 결혼한 아내가 출산했는데 “아기가 너무 보고 싶다”고 울먹이며 휴가를 간곡히 요청한 것이다.

양 대표는 “처음에는 ‘고향에 갔다가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나’, ‘작업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까’ 고민하며 머뭇거렸지만 결국 40일 휴가를 줬다”면서 “그런데 휴가를 다녀온 데완은 지금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만족해했다.

이후 외국인 근로자 장기 휴가는 정례화됐다. 휴가를 보내주면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고향에 빈손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선물을 산더미처럼 사서 미리 배송합니다. 선물비용만 보통 500만원 이상입니다. 과거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동에서 일하고 돌아올 때 양주·양담배를 한가득 사온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내수를 살리는데 외국인 근로자 휴가 만한 게 없다는 것이 양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국내 공식 등록된 외국인 근로자만 120만명인데 이들 중 10%만 휴가를 가도 수천억원의 내수시장이 저절로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양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특별한 제안을 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부분 고향에 가고 싶어 하니 휴가를 보내주고 이 기간 만큼 고용허가제 체류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것이다. 현행 고용허가제 체류기간은 4년 10개월로 고정돼 있다. 더불어 귀향 휴가를 보내주는 외국인 근로자 우수 사업장에는 인센티브로 외국인 근로자 정원을 늘려달라는 주장이다.

양 대표는 “이렇게 하면 외국인 근로자는 고향에 다녀와서 좋고 기업은 외국인 근로자 정원이 늘어나서 좋고 여기에 내수까지 살아나니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외국인 근로자 ‘특혜’는 장기 휴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외국인 근로자만을 위한 기숙사는 기본이고 대중 목욕탕에 익숙지 않은 이들을 위한 전용 샤워실도 있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무슬림을 위해 닭·오리·소고기를 주재료로 한 식사가 제공되고 고향의 가족과 전화 통화할 수 있도록 와이파이존도 마련돼 있다.

양 대표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갖고 돌아가면 한국 제품을 많이 쓰고 우리나라 이미지도 좋아질 것”이라며 “다문화 시대에 이들을 잘 대해주는 것이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대구=손성락기자 ss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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