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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영어 공용화 다시 생각해볼 때

오현환 여론독자부장

한국 주력기업 78% 성장 정체

영어로 글로벌 시장 문 열어야

경제특구·대기업 시범 도입 등

공용화 위한 중장기 그림 필요





요즘 토요일에는 별일이 없으면 외국인들과 함께 산을 찾는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외국인들과 함께 즐기며 하루를 보낸다는 것은 여간 즐겁지 않다. 이런 모임이 가능한 것은 영어로 된 밋업닷컴(meetup.com)이라는 사이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덕분이다. 캐나다 회사가 만든 프로그램이지만 인터넷 환경이 발달한 우리나라에서 크게 활성화돼 있다. 언어배우기·대화·교제·등산·골프·요가·여행·댄스·패러글라이딩 등 회원수가 수백에서 만명에 이르는 모임이 100개가량 된다. 중복 가입자도 있지만 지난해 기준 거주 외국인이 174만명의 3.4%에 이른다니 이런 모임은 더 늘어날 것 같다.

이런 모임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10주간의 영어연수 덕분에 용기는 생겼기 때문이다. 참여 횟수가 1년이 넘어서고 친해진 외국인도 늘면서 좀 깊이 있는 대화를 위해 영어공부를 좀 더 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든다. 그러던 중 동남아 출신 외국인들이 영어를 잘하는 게 눈에 들어왔다. 싱가포르·말레이시아·필리핀·인도·파키스탄·홍콩 출신 사람들이다. 모두 영어를 포함해 2개 이상 언어를 공용어로 쓰는 나라 출신들이다. 미국, 호주, 그리고 영국 등 유럽 친구들과의 얘기 때도 막힘이 없다. 그들만의 얘기에 금방 의기소침해지는 자신이 아쉽기만 했다.

지난 3월 대한상공회의소가 300개 수출 주력기업을 조사한 결과, 66.3%가 주력제품의 매출확대가 더디고 가격과 이익은 떨어지는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발표했다. 매출과 이익이 모두 정체 또는 쇠퇴기에 진입했다는 12.2%를 포함하면 무려 78.5%가 정체 또는 쇠퇴기에 진입했다.

구조조정 회오리가 몰아치는 해운과 조선뿐만 아니라 제조업 전반이 구조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국내 제조업 매출은 1961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사상 처음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했다. 전자·조선 등 일본을 밀어내고 급성장한 한국이 정상에 오래 머무르지도 못한 채 중국 등의 추격에 자리를 내줄 판이다. 연구개발(R&D)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최대한으로 키워나가야 생존하겠지만 얼마나 버틸지 걱정이다.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이 시급하고 실업은 나날이 늘어나고 양극화는 심화되고 국가 재정은 점점 더 고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허약해지고 있는 기업을 돕기 위해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절실하지만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다.

폭풍처럼 몰려들고 있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영어 공용화를 다시 검토해보자. 영어 공용화는 김대중 정부 당시에 검토됐었고 소설가 복거일씨가 강력히 주장하면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가 주춤해졌지만 가속화하는 글로벌화를 감안할 때 점점 필요해지고 있다.

인터넷이 제공하는 학술, 문화, 기술 정보의 80% 정도가 영어로 돼 있다. 우리가 영어를 공용어로 썼다면 페이스북의 자리를 싸이월드가 차지했을지 누가 알겠는가. 글로벌 시장의 창이 영어다. 미국이 발전을 주도하는 글로벌 서비스산업은 영어가 바탕이다.



미국에서는 인도계가 미국을 움직이는 유대인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고 한다. 백인은 물론 소수민족을 통틀어 가장 높은 학력을 가진 민족이 인도계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양대 정보기술(IT) 기업인 MS와 구글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인도계 출신이 영입됐다. 인도인의 파워 뒤에는 고국 인도의 영어 공용화가 있다고 한다.

언젠가는 한반도에도 통일이 올 것이고 그럴 경우 동북아 개발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고 한가운데 한반도는 물건·사람·돈이 모여들고 흩어지는 허브로 발전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허브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싱가포르·홍콩처럼 영어의 제2 공용화가 필요하다.

영어 공용화를 촉진하는 중장기적인 그림을 그려보자. 인천 송도 등 경제특구나 서울·부산·안산시 등 외국인이 많이 사는 도시부터 공용화에 실험적으로 나서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 지속성장을 꿈꾸는 기업들의 영어 공용화도 촉진해보자.

저출산 고령화시대에 대비해 이민 유입을 적극 유도하고 외국 기업의 한국 투자 유치를 위해서도 영어 공용화는 절실하다. 국내 거주 외국인들에게 가장 불편한 게 언어소통이 안 된다는 점이다.

2개 언어 이상하는 바이링구얼 어린이가 한 개어 언어를 쓰는 아이보다 전두엽이 더 발달하고 인지와 감정을 조절하는 안와전두피질 부위가 활발히 반응한다는 미국 워싱턴대의 연구결과도 최근 나왔다.

우리 자손들의 풍요로운 미래를 위해 영어 공용화는 절실하다. /오현환 여론독자부장 hho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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