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룩 헨더슨(19·캐나다)에게 시애틀 인근 사할리CC(파71·6,624야드)는 행운의 골프장으로 평생 기억될 것 같다. 첫날 홀인원에 이어 우승이 걸린 마지막 날에는 10m는 기본이고 30m 넘는 퍼트까지 쏙쏙 들어가줬다.
헨더슨은 지난해 8월 LPGA 투어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21언더파의 대회 최소타 기록으로 우승할 때부터 리디아 고(19·뉴질랜드)에 이은 또 다른 ‘천재 소녀’로 주목받았다. 18세 생일을 맞기 한 달 전이었는데 18세가 되기 전에 LPGA 투어에서 우승한 선수는 헨더슨 이전에는 리디아 고와 렉시 톰슨(미국)뿐이었다. 헨더슨은 이후로도 지난 2월 코츠 챔피언십 준우승, 지난달 볼빅 챔피언십 공동 3위 등으로 2승을 재촉하더니 메이저대회에서 리디아 고를 눌렀다. 리디아 고는 자신보다 4개월여 늦게 태어난 헨더슨에게 가로막혀 메이저 3연속 우승이 무산됐다.
13일(한국시간) 사할리CC에서 계속된 LPGA 투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 헨더슨은 단독 선두 리디아 고에게 2타 뒤진 채 출발했지만 보기 없이 이글 1개에 버디 4개로 6타를 줄여 합계 6언더파로 리디아 고와 동타를 이뤘다. 3타 차 열세를 후반 9홀에서 지워버렸다. 11번홀(파5) 그린 밖에서의 30m 넘는 이글 퍼트가 들어가 리디아 고를 1타 차로 압박하더니 17번홀(파3)에서는 15m 버디 퍼트를 넣었다. 리디아 고는 이곳에서 1m도 안 되는 버디를 놓치는 바람에 연장에 끌려갔다. 티 샷 실수가 나온 18번홀(파4)에서 3.5m 파를 지킨 헨더슨은 연장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같은 홀 155야드 거리에서의 7번 아이언 샷을 홀 1m 안쪽에 붙여 버디(리디아 고는 파)로 연장 첫 경험을 마무리했다. 우승상금은 52만5,000달러(약 6억원). 리디아 고가 LPGA 투어 연장에서 패하기는 네 번 만에 처음이다.
어릴 적 아이스하키 골리(골키퍼)로 활동했던 헨더슨은 만 15세 때인 2013년 US 여자오픈 컷을 통과하면서 골프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올해는 규정상 최장인 48인치(약 122㎝)짜리 드라이버를 맞춰 지난해보다 10~15야드 늘어난 270야드를 날리고 있다. 헨더슨의 언니 브리트니도 LPGA 2부 투어를 뛰는 프로선수인데 동생의 백을 매고 있다. 헨더슨은 1라운드 13번홀(파3) 홀인원 부상인 자동차를 언니에게 선물하기로 했다.
세계랭킹 4위에서 2위로 뛰어오른 헨더슨은 “올해 남은 3개 메이저대회의 트로피에도 내 이름을 새기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 골프채널은 메이저 최연소 우승과 두 번째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가진 리디아 고와 헨더슨이 여자 골프 여왕을 다툴 새 라이벌 구도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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