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중에 표절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반드시 만들겠다.”
문효치(72)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은 남은 임기(2019년 2월) 동안 최우선으로 추진할 일로 문단의 표절 문제 해결을 꼽았다. 최근 문학계의 핫이슈로 떠오른 국립한국문학관 설립에 대해서는 “정치적 논리로 문학관의 입지를 정해서는 안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국내 1만4,000여명의 문인들을 대표하는 한국문인협회의 26대 이사장인 문효치 시인을 서울경제신문이 종로구 운현궁에서 만났다.
인터뷰 장소로 운현궁을 선택한 건 문 이사장이었다. 흥선대원군의 정치적 거점으로 조선 말기 정치의 상징적 공간이었던 이 곳에서 문 이사장은 최근 자신의 출간한 시집 ‘모데미풀’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문인협회 수장으로서 문단의 현안들에 대해 가감 없이 소회를 밝혔다.
문 이사장이 특히 강조한 부분은 문학작품의 표절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다. 문단에서 표절 문제는 지난해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이 불거진 이후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자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었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진전이 없는 상태. 이에 대해 문 이사장은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 이후 여러 문인들을 접촉하면서 표절 문제가 만연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그런 이유로 한국문인협회 부설 표절문제연구소를 설립하고 여러 전문가들을 연구위원을 위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표절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표절문제연구소가 표절에 대한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시켜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이사장은 “표절 여부를 판단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에는 최소 1~2년이 필요한 만큼, 남은 임기 동안 문화체육관광부 등 여러 기관을 설득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내겠다”고 밝혔다.
국내 최초로 설립되는 국립한국문학관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문 이사장은 “정작 중요한 문학관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정치적 논리로 문학관을 정해서는 안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문학관이 어떤 활동을 해야 할지 전문가인 우리 단체에서 도와줄 준비가 돼 있는데, 아직 주무 부처인 문체부에서 아무런 얘기가 없다”며 “문학관은 우리 문학의 위상을 국제적으로 알릴 수 있는 내실 있는 문학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립문학관은 16개 시도 24개 자치단체가 뛰어들어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얼마 전 한국문인협회·한국펜클럽·한국소설가협회·한국시인협회·한국작가회의 등 5개 문학단체 대표들이 모임을 갖고 문학관 입지 선정에 대한 지역 안배 등의 정치적 입김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이광복 문인협회 부이사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한국문학 진흥 및 한국문학관 건립 공동준비위회(가칭)’를 꾸렸다.
문 이사장은 시인으로서의 지속적인 창작 의지도 강하게 내비쳤다. 그는 “시인은 그냥 시인일 뿐, 무지몽매한 민중을 이끌고 나가거나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선도하는 것은 문학의 역할이 아니다. 문학은 그냥 문학으로 즐기면 된다고 생각한다”는 문학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밝혔다. 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산문은 내가 경험한 것이나 인생의 일을 종단해서 바라보는 것이고, 시는 가장 중요한 단면을 쳐서 바라보는 것”이라며 “여기서 시의 묘미가 나온다”고 답했다. 시가 어렵게 느껴지는 근본 원인에 대해서는 “교육이 입시 위주로 바뀌면서 문학 감상능력에 대한 수업 부족, 고도의 상징과 은유를 사용하는 시의 본질적 속성, 작가 자신도 이해하기 어려운 ‘가짜시’의 등장 시를 어렵게 만드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장 이상적인 시는 쉬우면서도 좋은 시”라면서도 “다소 어렵더라도 좋은 시를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덧붙였다.
올해로 등단 50돌을 맞은 문 이사장은 1966년 등단한 이후 지금까지 1,000여편이 넘는 시를 써 왔다. 최근에는 풀을 소재로 생명의 존엄성과 신비성을 탐색한 12번째 시집 ‘모데미풀’을 출간했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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