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사정당국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서씨는 2002년 보유 중이던 서울 서초구 반포동 5층 건물을 롯데건설에 넘긴 뒤 2012년 본인이 소유한 유원실업을 통해 다시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수십억원의 자금이 이동했다. 해당 건물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이 부동산은 서씨와 서씨의 모친 이모씨가 공동 소유하다 2002년 롯데건설에 넘겼다. 이후 롯데건설은 2012년 유원실업에 67억원을 받고 명의를 이전했다.
사정당국은 이와 관련해 롯데건설이 2002년 서씨 측으로부터 건물을 매입할 때는 공시지가 안팎의 헐값으로 사들인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해당 지번의 공시지가는 6억원으로 건물가를 합쳐도 10억원대다. 강남 부동산 업계에서는 당시 이곳의 실제가치를 50억원 안팎으로 추산했다. 40억원가량의 차이가 나는 셈이다.
유원실업은 롯데시네마의 매점사업을 하면서 연 200억원대 매출을 올린 ‘숨은 계열사’다. 서씨와 딸 신유미(33)씨가 지분 100%를 보유했지만 사실상 신 총괄회장의 차명회사로 알려졌다.
사정당국과 업계에서는 신 총괄회장이 이곳 부동산 거래를 통해 유원실업 자금 수십억원을 롯데건설에 넘긴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서씨는 이밖에 방배동 고급 빌라와 건물 등 수백억원대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서씨는 신 총괄회장과 사실상 혼인관계이면서도 호적에는 올라 있지 않다. 이 같은 점을 이용해 차명재산을 관리하는 핵심 역할을 맡았을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롯데건설이 특수 프로그램을 활용해 컴퓨터를 포맷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구체적인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자 처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의 본말이 전도될 수 있어 증거인멸 혐의 입건에 대해 관대하게 생각해왔지만 심각한 증거인멸은 수사방해 견지에서 (사법 처리를) 검토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김흥록·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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