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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자산도 못믿겠다" ··· 글로벌펀드 현금비중 9·11 이후 최고

투자가들 위험자산 투매…美·日 국채수익률 급락

"통화정책 운용에 걸림돌" 각국 중앙銀 '안절부절'

주요국 경기둔화 가능성 커…환율전쟁 심화 우려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가능성이 높아지자 겁에 질린 투자가들이 주식 등 위험자산을 내던지고 있다. 심지어 선진국 국채 등 전통적인 안전자산도 못 믿겠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투자가들의 현금보유 비중은 16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또 브렉시트 변수가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운용에 걸림돌로 등장하면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16일 금융정책 동결을 결정한 일본은행(BOJ)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브렉시트의) 영향을 예의주시할 것”이라며 “다른 중앙은행들과 긴밀하게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브렉시트로 주요국 경기둔화 가능성이 커지면 환율전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금이 최고의 안전자산”=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경우 EU 회원국의 도미노 이탈을 촉발하는 등 역내 혼란이 가중되면서 유럽 자산 투자가들은 큰 손실을 보게 된다. 또 유럽 경기 둔화가 중국·미국 등으로 전염되며 전 세계 경기가 동반침체에 빠질 수 있다.

불안감을 느낀 투자가들은 서둘러 선진국 국채, 금, 엔화 등 안전자산으로 달아나고 있다.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14일 -0.01%로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 이어 15일에는 -0.02%로 떨어진 게 단적인 사례다.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전날보다 1.5bp(1bp=0.01%포인트) 하락한 1.596%로 2012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16일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2.15%로 사상 처음으로 -0.2% 밑으로 떨어졌다.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오스트리아·네덜란드는 물론 미국 국채 금리까지 마이너스로 전환될 수도 있다. 국제 금 가격은 이달 들어서만 5.9% 상승했다. HSBC는 브렉시트가 결정되면 금 가격이 지금보다 10%나 폭등하며 온스당 1,4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나아가 투자가들은 현금 보유량을 대폭 늘리는 추세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에 따르면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의 현금보유 비중은 이달 들어 5.7% 상승해 9·11테러의 후폭풍이 한창이던 2001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좌불안석인 중앙은행들=브렉시트는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운용에 지장을 주고 외환 등 금융시장 혼란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영국 중앙은행의 경우 브렉시트가 결정되면 파운드화 급락에 따른 자금유출을 막기 위해 경기둔화에도 기준금리를 오히려 올려야 하는 처지에 몰릴 것이 뻔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영국 국민투표일 이후 파운드화가 1.35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이득을 보는 옵션들에 걸린 투자금은 350억달러에 이른다. 이는 지난 석 달 새 두 배로 늘어난 규모다. 투자가들이 브렉시트가 결정될 경우 파운드화 가치가 순식간에 지금보다 4% 폭락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추가 금리 인하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금리시장은 ECB가 올해 안으로 금리를 0.1%포인트 추가 인하할 가능성을 80%로 예상하며 움직이고 있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일본은행(BOJ)이 브렉시트 가능성을 의식해 신중한 통화정책을 펴고 있지만 그만큼 불확실성이 크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지며 오히려 시장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6일 BOJ가 브렉시트 변수에 양적완화 조치를 유보하자 전 세계적인 안전자산 선호 현상과 맞물려 엔·달러 환율은 장중 103엔대까지 떨어졌다.

나아가 브렉시트 때는 주요국이 경기방어를 위해 통화가치 절하 경쟁에 나서면서 환율전쟁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일본의 경우 엔화 강세로 아베노믹스가 좌초될 위기에 놓이면서 다음달에는 추가 금융완화가 예상된다. 또 전날 연준이 금리 인상을 유보하자 달러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기도 했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aily.com

15일(현지시간)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증시 상황을 살펴보며 주문을 내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리스크가 고조되며 오히려 소폭 하락했다. /뉴욕=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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