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16일 롯데케미칼에 일본 롯데물산의 회계자료와 두 회사의 거래관계, 자금 관련한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일본 롯데물산은 롯데케미칼이 일본에서 화학 원료를 사올 때 수입업무를 대행한 회사다.
검찰은 롯데케미칼이 거래 과정에서 본업과 관련이 없는 일본 롯데물산을 동원해 이른바 ‘통행세’를 챙기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가 전날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는 자료를 배포하자 검찰이 해명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추가 압박에 나선 셈이다. 롯데 측의 해명은 “일본 롯데물산과의 거래는 이 회사의 높은 신용도에 따른 싼 이자를 이용하기 위한 정상적 거래일뿐 별도의 자금 형성 지시를 받은 적도, 자금을 만든 적도 없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석연찮은 부분이 많이 있다”며 “자료 제출로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한일 사법공조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자산 관련 자료를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비밀금고에서 발견한 현금 30억원의 출처도 포함돼 있다.
검찰은 신동빈 회장 부자의 차명 보유로 의심되는 계좌 추적과 두 사람의 자금을 오랫동안 관리했던 전직 임원 K씨와 정책본부 L씨 등 4~5명에 대한 소환조사를 병행하고 있다. 특히 L씨는 지난 13일 발견한 신동빈 회장 부자의 뭉칫돈(300억여원)의 성격을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검찰과 롯데가 벌이고 있는 물밑 신경전도 치열하다. 신동빈 회장은 전날 미국에서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지만 동시에 국내에서는 “수사상황이 노출된다”며 변호인을 통해 검찰에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10일 1차 압수수색 직후에도 신동빈 회장이 수사 협조 의사를 밝혔던 것과 달리 계열사들은 나흘 뒤 이뤄진 2차 압수수색에서 디지털자료 삭제 전문 프로그램까지 동원해 조직적인 증거 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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