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에 찾았던 옥순대교 옆 산 위 정자에서 내려다본 옥순봉은 을씨년스러웠었다. 겨울이라 인적마저 드물었고 앙상한 가지들이 옥순봉 군데군데를 가리고 있는 모습은 썰렁했다. 계절이 계절이니만큼 배를 띄울 수도 없었다. 그저 산 위에서 바라본 옥순봉은 우중충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길에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계절이 바뀌었다고 해서 바위가 두 배로 솟아날 것도 아닌데 무엇을 기대하랴’ 하는 심정이었다. 이번에는 계절이 여름이니 배를 타고 나가서 보기로 했다. 보트를 타고 10분쯤 나갔을까. 옥순대교를 지나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자 물속에서 솟아오른 어마어마한 바위가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잔잔한 청풍호 물결 즐기며 노 저어가면
옥순봉·비봉산 등 소문난 경치가 한눈에
◇청풍호 카누·카약장=옥순봉을 품은 청풍호는 지난 1985년 충주댐이 완공된 후 물을 가둬 만든 인공호수다. 옥순대교 아래 카누·카약 체험장에서 배를 타고 호수로 들어갔다. 덩치가 큰 유람선이 물을 헤치면서 지나가자 일렁이는 물결에 우리가 탄 보트는 출렁거렸다. 그렇게 10분쯤 물결을 헤쳐 도착한 옥순봉은 이전의 그 밋밋한 모습을 일신하고 장쾌하게 솟아올라 기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진을 배울 때 귀에 굳은살이 박이도록 듣던 그 잔소리, “피사체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가 찍으라”는 가르침이 피부에 와 닿은 순간이었다.
이 어마어마한 옥순봉을 품에 안은 청풍호는 충주시와 제천시의 경계에 자리하고 있다. 호수는 제천에서는 ‘청풍호’, 충주에서는 ‘충주호’로 불리는데 면적 67.5㎢, 평균 수심 97.5m에 저수량은 27억5,000톤에 이른다. 이 중 제천시의 담수 면적은 48㎢로 호수 전체 면적의 약 51% 차지한다.
청풍호 주변에는 제천에서 풍광을 자랑할 만큼 빼어난 곳들이 산재해 있다. 물맛 좋기로 유명한 비봉산과 청풍면의 진산인 인지산이 자리하고 있으며 남한강에서 가장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금수산도 가세했다. 이외에 동산·대덕산·부산·관봉 등의 명산들이 청풍호 주변에 자리 잡고 있고 조망 포인트로는 청풍호 활공장, 정방사, 옥순대교 전망대 등을 꼽을 수 있다.
청풍호로 들어가 근경을 구경하고 싶다면 기자처럼 뱃놀이를 해보는 것도 좋다. 카누와 카약은 시속 7~8㎞의 속도로 계절과 관계없이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으며 몇 가지 주의사항만 숙지하면 초보자도 쉽게 체험할 수 있다. 수산면 옥순봉로 342 (043)646-8311
민물고기에 온갖 약채 ·잡곡 등 곁들인
슬로푸드 체험도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
◇느림의 미학을 느끼며=제천시는 2012년 수산면과 박달재를 중심으로 국제슬로시티연맹의 공식 인증을 받아 느림의 가치를 실천하는 슬로시티로 지정됐다. 슬로시티 거점지역인 수산면은 청풍호와 금수산·가은산·옥순봉 등 수려한 자연경관이 보존돼 있어 민물고기와 약초·잡곡 등을 이용한 슬로푸드가 맥을 이어오고 있다.
따라서 식도락가라면 슬로시티 제천의 약선음식을 섭렵해보는 것도 좋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고 해 의약과 식품을 하나로 봐왔다. 음식과 약물이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음식이 곧 약물이요. 약물이 곧 음식이라는 개념으로 음식에는 식이적 효능과 약리적 효능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 같은 이론에 기초해 질병을 예방, 치료하며 노화를 방지할 목적으로 약용가치를 지닌 요리를 약선(藥膳)이라 불렀다. 약선이란 약(藥)과 선(膳·반찬)이 근본적으로 같은 것이라는 한의학 이론에 근거, 생약이나 약용가치가 높은 식품을 잘 배합해 조리한 영양식을 말한다. 음식은 약물에 비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만 식습관은 장기간 계속되기 때문에 오히려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약선요리를 하는 제천의 식당 중 ‘명가박달재’는 당기·황기·둥굴레·계피·생강 등 16가지 재료로 만든 천연조미료와 조선간장에 사과·양파 등을 넣고 달여 만든 약선간장으로 맛을 내는 약선요리 전문식당이다. 이 집 요리 중에서는 소갈비찜이 유명하다. 제천시 신죽하로 50 (043)648-1500
약채락 성현한정식도 제천을 대표하는 식당 중 하나다. 이 집의 별미는 당귀와 뽕잎으로 만든 약초묵회와 민들레잎 등 야채로 만든 약채 샐러드가 곁들여진 한정식이다. 제천시 의림대로 600 (043)645-3319 /글·사진(제천)=우현석객원기자
<사진설명>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