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의 총본산 역할을 맡게 될 국립한국문학관 설립을 위한 모든 추진 절차가 잠정 중단된다. 이에 따라 내달 후보지를 선정하고 2019년까지 건립한다는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 할 뿐 아니라, 자칫하면 건립 계획 자체가 좌초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정관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은 24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방자치단체(지자체) 간 소모적인 유치 경쟁으로 번지고 있는 국립한국문학관 추진을 무기한 중단하고, 문학계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더욱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지자체 간 과열 경쟁 상황에서 후보지를 선정할 경우 선정되지 않은 지자체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판단해 당초 계획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정 차관은 “지자체 간 배수진을 친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불필요한 갈등과 혼란이 심화되는 상황에서는 후보지가 선정되더라도 반발과 불복 등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된다”고 지적하며 “현 상황에서 건립 후보지 선정 등을 서두르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는 판단하에 당초 계획을 변경, 조정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문체부는 건립 부지 선정을 위해 지난 5월 3~25일 지자체를 대상으로 부지 공모 신청을 접수받아 그 결과를 7월 중에 발표한다고 계획하는 등 국립한국문학관 조성을 추진해온 바 있다. 전국 24개 지자체가 유치 신청을 한 가운데 최근 지자체 간의 유치경쟁이 과열 양상을 띠며 ‘문학’보다는 지자체 간 배수진을 친 자존심 경쟁으로 왜곡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다만 문체부는 문학관 설립 자체를 공식적으로 중단한 것은 아닌 만큼 후속조치를 이어갈 계획이다. 정 차관은 “국립한국문학관에 보여준 전국적 관심과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한국문학의 세계화와 대중화, 지역 문화자원 연계, 문학정책 전담기구 검토 등을 포함한 ‘한국문학 진흥 중장기 종합대책’을 올 하반기 중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문학계와의 충분한 논의와 자문, 연구를 통해 올 하반기 수립할 종합대책에는 ▲국립한국문학관의 합리적인 추진 방안 ▲한국문학의 세계화와 대중화 지원 ▲지역문학관 활성화 지원 ▲문학진흥 정책 전담기구 검토 등 문학계와 지자체와의 협력 방안을 담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차관은 “국립한국문학관 유치에 보여준 지역의 관심이 뜨거웠던 만큼 이번 결정으로 인한 문학계와 지역주민의 실망감도 클 것이기에 더욱 안타깝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한국문학에 대한 최근의 전국적 관심과 애정에 부응하여 앞으로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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