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은 불가피합니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에 있어 노사 자구노력 실천 의지를 분명히 보겠습니다.”(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지금이라도 노사정이 참여하는 대화의 장을 만들어 위기 극복의 계기로 삼고 바람직한 정상화 방안을 논의합시다.”(현시환 대우조선해양 노조위원장)
24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이기권 장관과 노사 관계자들은 흩날리는 빗속에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나눴다. 하지만 위기에 처한 조선 업계의 현실을 반영하듯 팽팽한 긴장감은 위기 극복 노사 간담회를 진행하는 내내 끊이지 않았다. 일부 노조원은 ‘생존권 사수’라고 쓰인 머리띠를 두르고 ‘조선 산업 죽이는 구조조정 결사 반대’ 등의 피켓시위도 벌였다.
이날 간담회는 오는 30일로 예정된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위한 고용정책심의회에 앞서 마지막 점검 차원에서 마련됐다. 이 장관은 “강도 높은 자구노력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선행되면 정부도 금융, 세제지원, 대체 일자리 발굴은 물론 원만히 재취업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고용안정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후 고용유지지원금 확대, 실업급여 수급기간 연장, 전직훈련 확대 등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이 장관은 조선 3사 노조가 파업을 강행했을 때의 지원 여부에 대해 “간담회에서 노조가 투쟁으로 관철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은 하지 않았다”면서 “지금 파업에 대한 이야기는 적절하지 않고 당사자들이 똘똘 뭉쳐 협력적인 구조조정으로 유도해야 한다”며 답변을 피했다.
다만 “조선 3사 원청이 상대적으로 고임금이고 고용조정이 협력업체 중심이라는 점과 연간 실업급여 수급자가 127만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타 업종 실업자와의 형평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노사 자구노력에 대한 진정성이 분명히 각인돼야 국민 비판을 잠재울 수 있으니 협력업체를 배려해달라는 당부인 셈이다.
반면 변성준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위원장은 “휴가, 상여, 명절 선물 등에 있어 협력업체 처우 개선을 꾸준히 해왔는데 마치 원청만 혜택을 보고 하청은 고생하는 것처럼 호도하면서 근로자의 일방적인 고통 분담만 강요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하지만 정작 업계의 문제는 수주절벽으로 조선 업계에서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인력조정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고용부가 최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조선업 협력업체 근로자 3만명을 대상(6,600명 응답)으로 조사한 결과 앞으로 실직할 것으로 우려한 응답자가 38%를 차지했다. 또 실직 시기를 올 하반기라고 대답한 비율이 70%나 됐다. 타 지역으로 이동해 취업할 의사가 있다고 한 응답자는 72%, 해외 취업에 대한 의사가 있다는 응답도 68%나 나왔다.
노동계에서는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불만을 강하게 표출했다. 현 위원장은 “파업을 부추기는 건 노조가 아니라 이해당사자를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강행한 정부에 있고 산업현장에서 불안만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해 “자구계획을 만드는 과정이 짧아서 불가피하게 협의가 부족했지만 앞으로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이 밖에도 협력업체 대표단은 신용대출을 위한 보증물량 확대, 4대 보험료 유예·감면, 최저임금의 업종별 고려 등을 건의했다. 김영보 대우조선해양 협력사협의회장은 “지금까지 건의한 사안에 대한 반영이 너무 더딘 게 사실인데 메아리에 그치지 않도록 시급히 정책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거제=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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