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비결 톡 까놓고 말해주면 귀한 양념 팍팍 넣었지.”
노래 가사처럼 귀한 양념 팍팍 들어간 오감 만족 뮤지컬이었다. 170분간 휑한 무대에 채워지는 광기 어린 연기와 귀에 낯선 불협화음은 그 자체로 마성의 레시피가 되어 ‘안 먹고(보고)는 못 배길’ 명작을 완성했다. 기괴하고 잔인한, 그러나 매혹적인 뮤지컬 ‘스위니토드’다.
6월 21일 개막한 스위니토드는 9년 만의 재연이란 점에서 국내 뮤지컬 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1979년 미국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19세기 런던을 배경으로 누명을 쓴 채 억울한 감옥살이를 하고 돌아온 남자의 복수를 그린 스릴러물이다. 복수에 집착하며 사람을 죽이는 이발사 스위니토드와 그를 도우며 시신의 살덩어리를 갈아 파이를 만드는 러빗부인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스위니토드의 특급 레시피는 단연 스티브 손드하임이 만든 ‘난해하고 음울한 음악’이다. 딱 떨어지는 멜로디 대신 변박과 변조, 어두운 느낌의 단선율과 반음계가 음습하고 불편한 분위기를 연주한다. 극 속 불협화음은 인물들의 변화무쌍한 내적 갈등과 폭주하는 광기를 표현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해 보인다.
“서로 잡아먹는 인간들, 새삼 놀라울 것도 없잖아.” 노랫말에 드러난 시대 풍자는 예나 지금이나 통쾌하다. 스위니토드와 러빗부인이 파이에 인육을 넣기로 공모하며 부르는 노래는 다양한 직업군의 특징을 맛으로 표현해 웃음을 안겨준다. 소설가 파이는 “내용물도 부실하고 감동이 없고”, 변호사 파이는 “주둥이만 살아서 씹는 맛이 최고고”, 닳고 닳은 냄새의 주인공은 “딱 봐도 짭새”다.
단순하다 못해 ‘휑’하기까지 한 무대는 캐릭터와 음악으로의 몰입을 돕는다. 흰 벽돌로 둘러싸인 벽면에 3층짜리 철골 구조물과 미끄럼틀 정도가 세트의 전부다. 그 위에 뿌연 안개와 단색 핀 조명을 내리꽂으며 스산하고 기괴한 미장센을 연출한다.
결 다른 광기를 표현하는 배우들의 합도 돋보였다. 스위니토드의 분노가 겉으로 선 굵게 드러난다면 러빗부인은 익살로 덮은 잔인한 요부의 모습을 잔잔하게 내뿜는다. 이번에 처음 호흡을 맞춘 조승우·옥주현은 연기와 노래의 강약을 적절히 밀고 당기며 ‘딱 좋은 파이’를 구워냈다.
다만 중간중간 치고 나오는 말장난은 분위기 환기용이라고 해도 과하다. ‘스위니토드’라는 파이 본연의 맛을 느끼고 싶은 관객의 입엔 맞지 않을 수도 있겠다. 10월 3일까지 샤롯데시어터.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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