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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속국이냐 선도국이냐" 한국의 선택 물었던 토플러

'제3의 물결' 쓴 세계적 미래학자 앨빈 토플로 87세로 타계

지난 2008년 11월 앨빈 토플러 박사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세계의 변화와 한국의 선진사회 진입’이라는 주제로 초청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3의 물결’ ‘부의 미래’ 등의 저서로 잘 알려진 세계적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향년 87세로 타계했다. ★관련기사 32면

3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토플러 박사는 27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블룸버그는 토플러가 부인과 함께 설립한 컨설팅회사 ‘토플러어소시에이츠’의 발표를 인용해 토플러 박사의 별세 소식을 전했다. 이 재단은 별세 원인을 밝히지는 않았다.

미국 뉴욕 태생의 작가이자 미래학자인 토플러는 디지털 혁명, 통신 혁명, 사회 혁명, 기업 혁명과 기술적 특이성 등에 대한 저작으로 유명하다. ‘제3의 물결’에서는 인류 문명의 발전 과정을 역사적으로 분석·기술하면서 그 과거 문명을 기반으로 그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새롭게 부상하는 문명을 조명하고 기업과 가족생활, 기술, 정치 변화의 고리를 고찰했으며 ‘권력이동’을 통해서는 사회를 통제하는 힘이 물리적인 힘과 경제력에서 지식으로 진행되는 현상을 짚었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반향이 컸다.

토플러는 한국과 깊은 인연을 맺었다. 지난 2001년 6월에는 김대중 정부의 의뢰로 ‘21세기 한국 비전’ 보고서도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그는 한국이 IMF 외환위기를 겪은 것은 산업화 시대의 경제발전 모델이 변화된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더 이상 맞지 않는 경제 시스템이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혁신적인 지식기반 경제를 만들어나갈 것을 한국 정부에 제안했다. 이미 15년 전에 한국에 “저임금을 바탕으로 성장한 한국이 세계 경제의 종속국으로 남을지, 경쟁력을 갖춘 세계 경제의 선도국이 될지를 빨리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있다”고 지적한 토플러였다.



이후에도 토플러는 2003년 국내 유명 대학에서 ‘미래 기업과 대학의 인재개발’을 주제로 강의를 하기도 했으며 2007년에는 ‘지구온난화와 살아 있는 바다와 연안’이라는 주제로 열린 국제심포지엄에서 개막 연설도 담당했다. 2007년 한국에서 서강대 경영학 명예박사가 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통령이 되기 전인 2006년에 토플러와 면담했다.

1928년 뉴욕에서 태어난 토플러는 뉴욕대에서 영어를 전공하던 중 부인인 하이디를 만났다. 대학 졸업 후에는 미국 중서부 지방에서 5년간 노동자로 산업사회의 대량생산 현장에서 일했다. 토플러가 노동자로 일하는 동안 아내 하이디는 알루미늄 공장에서 일하면서 노동조합의 간사로 일했다. 토플러는 이때 노조의 지원을 받는 신문에서 일하면서 기자 경력을 쌓았고 펜실베이니아데일리지의 워싱턴 지국에서 일하게 되면서 3년 동안 미국 의회와 백악관 출입기자를 하게 됐다. 이후 뉴욕으로 돌아가 포춘지의 노동관계 칼럼니스트로 일했고 이때부터 경제와 경영, 그리고 기술과 기술에 의한 영향에 대한 관심사를 넓혀간 것으로 알려졌다.

1996년에는 비즈니스 컨설턴트인 톰 존슨과 함께 토플러어소시에이츠를 설립했으며 이 회사를 통해 그가 가진 아이디어들을 실현화하는 활동을 벌였다. 멕시코·오스트레일리아·미국뿐 아니라 국내 민간단체, 일반 기업들을 대상으로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도 했다. 그의 앞선 생각은 전 세계 지도자와 기업인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중국의 전 총리인 자오쯔양, 소련의 전 대통령인 미하일 고르바초프 등은 그를 멘토로 삼았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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