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새로 만들어지는 방공호 등 주민대피시설은 출입통로의 경우 경사로는 물론이고 노약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지지봉까지 설치해야 한다. 사실 주민대피시설 출입통로의 설치 기준 변경은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으로부터 비롯됐다. 지난 1월 취임 직후 홍 장관은 파주의 한 마을에 있는 주민대피시설을 방문했다. 그는 “당시 주민의 90%가 노인들임에도 불구하고 대피소에는 가파른 계단만 있었다”며 “한 노인으로부터 대피소 계단이 오르내리기도 힘든데 ‘전쟁 나면 차라리 집에서 죽겠다’는 말을 듣고 대피소 시설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평소 현장행정과 소통·협력을 무엇보다 강조하는 홍 장관의 스타일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홍 장관은 최근 6개월간 주중에 진행되는 공식적인 정책현장 설명회나 행사를 제외하고도 매주 주말이면 별도로 시간을 내 경기와 서울은 물론이고 강원·제주·충남 등 현장탐방을 간 곳만 23곳에 이른다. 홍 장관은 “각 지역의 전통시장 등을 가보면 요즘에는 젊은이들이 창업을 많이 하는데 그런 것을 보면 든든하다”며 뿌듯해했다.
홍 장관은 공무원 생활만 31년째다. 그가 생각하는 이 시대의 공무원상은 무엇일까. “요즘 공무원은 전문성이 있어야 합니다.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자신이 최고 전문가가 돼야 한다는 얘기죠. 승진해서 위로 올라가면 넓게 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정부 부처의 업무를 조율하는 국무조정실에서 잔뼈가 굵은 홍 장관의 경우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는 것이 결국 행정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청년 취업난으로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공시 열풍’에 대해 ‘공무원 대선배’ 홍 장관은 안타까워했다. “공직이라는 게 그 자체에 가치를 많이 부여해야 하는데 고용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 젊은이들이 일자리 차원의 공직으로만 몰리는 현상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며 “우리 사회가 발전하려면 과학이나 인문 등 다방면에 인재들이 가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운동부 동아리를 할 만큼 스포츠를 좋아하고 이웃집 ‘아재’ 같은 편안한 인상에 평소 소탈한 행보를 보이는 탓에 하위직 직원들은 그를 마치 ‘큰 형님’처럼 따른다. 그는 “장관이 된 후에는 촘촘한 스케줄 탓에 좀처럼 개인적으로 운동할 시간을 내지 못하다 보니 되레 살이 좀 쪘다”며 “앞으로는 몸 관리도 좀 해야겠다”고 말했다. /한영일기자 hanu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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