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의 ‘도시위에서’라는 작품입니다. 이상한 점이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지적해 보세요.”(강사)
“남자와 여자가 날아요, 살 집이 없나 봐요, 하늘을 날고 있는데 얼굴 표정은 우울해보여요.”(학생들)
지난 7일 배재고등학교에서 열린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 강좌 ‘저는 인문학이 처음인데요’에서 강의를 맡은 박홍순(사진) 작가의 질문에 학생들은 제각기 떠오르는 생각을 풀어놨다.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고전 인문학 아카데미로 올해 4년째 운영하고 있다. 이번 강의는 고덕평생학습관에서 지역학교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준비했다.
방학을 앞둔 학생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인문학 강좌에 참석해 자칫 골치 아프게 여길 수 있는 인문학을 그림으로 이해하는 방법을 배웠다
박 작가는 샤갈의 ‘도시 위에서(1918)’를 필두로 ‘에펠탑의 신부(1938)’ 등을 감상하면서 인문학과 친해지는 방법을 소개했다. 그림과 대화하는 법을 통해 작가와 시대적 배경에 접근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인문학에 한걸음 더 다가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림을 감상하려면 먼저 스스로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답니다. 친구들과 친해지려면 서로 질문과 대화를 잘 해야 하듯이 그림이나 책과 친해지려면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한답니다. 여러분이 의아하게 여긴 우울한 두 사람의 표정에 대해 한걸음 더 들어가볼까요?”
그는 1차 세계대전으로 유럽이 불바다가 됐던 당시 시대적 배경을 설명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대량살상용 무기가 적용되기 시작한 첫 전쟁이 바로 1차 세계대전이었어요. 도시가 초토화가 되고 비무장상태의 무고한 민간인이 죽어나가던 시대 작가의 심정을 이해한다면 그림을 보는 시선이 달라지겠지요.” 학생들은 마치 샤갈의 그림을 처음 보는 듯한 눈빛으로 그림을 더욱 차근히 보기 시작했다. 박 작가는 “인문학이란 인간에 대한 이해”라면서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고전 문학이나 예술작품에는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잘 그린 그림 한점이라고 그냥 지나갈 수도 있지만, 한참 그림을 들여다보고 작가와 교감을 하다보면 어느새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죠. 사실 고전은 두꺼워서 섣불리 완독하기 어렵지만, 청소년기에 읽는 습관을 들이지 않는다면, 영원히 읽기 어려운 것”이라면서 인문학과 친해지려면 문학과 예술과 친해져야 한다고 권했다.
이 학교 고진영 교감은 “이과 문과 상관없이 요즈음은 통섭적인 사고력이 필요한 시대인 만큼, 인문학에 대한 공부는 청소년기에 시작되어야 한다”면서 “지역의 도서관의 이같은 프로그램 지원으로 학생들이 혜택을 받은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4회째인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21곳과 서울시 중고등학교 30여 곳에서 12월까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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