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미국의 공화당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를 겨냥해 작정한 듯 쓴소리를 퍼부었다.
지난 5일(현지시간)부터 5년간의 IMF 총재 연임 임기에 돌입한 라가르드 총재는 7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무역에 역행하는 트럼프의 정책이 세계 경제에 심각한 해를 입히는 보호주의 움직임을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결정이 이미 세계 경제성장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와중에 또 다른 경제대국에 새로운 무역장벽이 들어서게 될 경우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상황이 실제로 매우 처참해질(disastrous) 것”이라며 “‘처참하다’는 지나친 단어 사용은 자제해야겠지만 세계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임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FT에 따르면 라가르드 총재가 특정 정치인을 지목하거나 트럼프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발언은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을 경우 불거질 불확실성과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강한 우려를 드러낸 것이다. 그는 트럼프 당선이 지난달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로 초래된 것과 같은 금융시장 불안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한 뒤, 특히 보호무역주의 심화로 세계화의 단절이 현실화할 경우 이는 1914년 1차 세계대전 발발로 인한 분열과 흡사한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중국과 멕시코산 상품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같은 무역협정 파기를 주장하는가 하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미국 경제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그는 역사적으로 보호무역주의의 물결 뒤에는 “많은 전쟁이 뒤따랐다”며 보호주의가 “성장과 결속, 사람들을 다치게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라가르드 총재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가 초래한 불확실성이 세계 경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며 영국이 불확실성을 걷어내기 위해 신속히 움직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브렉시트 결정이 영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유렵연합(EU)과 영국 새 정부 간 협상 결과 도출될 무역관계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며 영국이 노르웨이처럼 EU 단일시장 접근을 유지한다면 영국 경제는 오는 2019년 기준으로 잔류 때보다 1.5% 위축되는 데 그치겠지만 세계무역기구(WTO) 일반관세협정 모델에 따를 경우 4.5%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영국의 EU 탈퇴과정에서 야기될 불확실성이 1년 이상 지속될 경우의 경제적 파장은 아직 상정하지 않고 있다고 라가르드 총재는 덧붙였다.
FT에 따르면 IMF는 19일 세계 경제전망 수정치 발표와 함께 브렉시트 협상 결과별 세계 경제 시나리오를 제시할 예정이다.
/신경립기자 kls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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