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 딱 꼬집어 설명하기 애매하고 털어놓고 하소연할 대상도 마땅치 않은 심정을 그림으로 그렸다. 묘사할 대상이나 서술할 어떤 내용도 없는, 감정 그 자체를 캔버스에 옮겼다. 독일 뒤셀도르프를 기반으로 서울을 오가며 작업하는 화가 샌정의 최신작이다. 몽환적인 그의 그림은 눈길을 끌지만 뭘 그렸는지 왜 좋은지 이유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그림 앞에 선 관객은 자의든 타의든 사색에 빠져야 한다. 겉만 보지 말고 내 안, 우리의 속을 좀 들여다보고 살자는 제안쯤 되겠다. 사진의 대중적 보급으로 더 이상 보이는 그대로를 화폭에 옮기는 게 무의미해진 상황에서 작가는 ‘현대적 의미의 그림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작업했다. 최근 갤러리엠에서 연 개인전 제목도 ‘회화 그 자체’였다. 아이의 붓장난처럼 보일지 모르나 샌정은 홍익대를 졸업한 뒤 독일 쿤스트아카데미와 영국 첼시칼리지에서 공부했고 이후 유럽 각지와 뉴욕 등지에서 굵직한 개인전을 연 ‘명성 있는’ 화가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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