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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다닌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말하고 싶었다”

한겨레문학상 스물한 번째 수상 작가 이혁진

한겨레문학상 당선자인 이혁진 작가가 13일 홍대 한 카페에서 열린 ‘누운 배’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박성규기자




“월급이란 젊음을 동대문 시장의 포목처럼 끓어다 팔아 얻는 것이다. 월급을 받을수록 나는 젊음을 잃는다. 늙어간다. 가능성과 원기를 잃는 것이다. 존재가 가난해진다. 젊음이 인생의 금화라던 황 사장의 말 역시 수사가 아니다. 이대로 10년, 20년 또 어느 회사에서 삶을 보내든 그 회사가 모두 이렇다면 내 인생의 금화는 결국 몇 푼 월급으로, 지폐로 바뀌어 녹아버릴 테고, 나는 그저 노인이 돼 있을 터였다(‘누운 배’ 중에서).”

박민규의 ‘삼미 수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 윤고은의 ‘무중력증후군’ 등 한국 문학의 독보적인 한 축을 담당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한겨레문학상이 스물한 번째 수상작으로 선정한 ‘누운 배’. 당선자인 이혁진 작가는 13일 홍대 한 카페에서 열린 ‘누운 배’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회사라는 공간에서 사람은 무슨 일을 해야 하는 지, 회사를 다닌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말하고 싶었다”고 집필 배경을 밝혔다.

‘누운 배’는 중국에 있는 한국 조선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관료주의와 계급구조의 모순 등 한국 사회가 가진 부조리를 드러내는 작품이다. 의장 부두 한편에 옆으로 쓰러져 방치된 채 망가져가는 거대한 배의 강렬한 상징성은 세월호 이후에 우리의 모습과 더 나아가 지금의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는 평을 받았다.

사고로 쓰러진 배의 보험 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은 성과와 상관 없이 보상이 돌아가는 회사 내부의 모순을 보며 힘의 논리를 인식하게 된다. 이 모순은 주인공에게 ‘직장인은 월급만 제대로 주는 회사에 만족해야 하는가’란 질문을 갖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런 공간에서 나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란 고민을 하게 만든다. 작가는 “단순한 갑을 관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느 쪽에 힘이 실려 있는 지, 왜 힘이 실리는지를 분명히 말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본인의 경험이 반영된 이야기는 책을 넘어 실제 회사 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건넨다. 조선소에서 근무했던 저자는 회사라는 공간 속에서 본인의 역할에 대해 수 없이 고민했고, 결국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작가라는 새로운 꿈을 현실화했다.

유전질환을 가진 아이를 키우고 있는 형수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차기작으로 생각하는 저자는 당분간은 자신의 주변 이야기를 써 나갈 계획이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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