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피해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공기청정기, 가정내·차량용 에어컨 필터에서도 가습기 살균제 독성물질과 유사한 흡입독성물질이 검출돼 충격을 주고 있다. 환경 당국은 이들 제품을 회수 조치하고 안전성 검증 조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환경부는 공기청정기, 에어컨 내 옥틸이소티아졸론(OIT)을 함유한 필터에 대해 위해성을 평가한 결과 제품 사용 과정에서 OIT가 방출되는 것으로 확인돼 즉시 제품명을 공개하고 회수할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환경부가 지난 2014년 유독물질로 지정한 OIT는 가습기 살균제 독성물질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유사한 물질이다.
환경부가 방출량 시험 등을 통해 현재까지 필터에서 OIT가 방출되는 것으로 확인한 제품은 위니아·쿠쿠·LG 등 3개사의 공기청정기 3종과 현대모비스·두원 등 2개사의 차량용 에어컨 3종 등 모두 6종이다. 환경부는 안전성 검증을 위해 가정용 공기청정기 필터 방출 실험을 26㎡ 규모의 챔버에서, 차량용 에어컨 필터를 실제 차량에 장착한 후 기기를 가동해 사용 전후 OIT 함량을 비교분석했다. 실험 결과 5일간 가동한 공기청정기 내 필터에서는 OIT가 25~46%, 8시간 사용한 차량용 에어컨 내 필터에서는 26~76% 각각 방출됐다. 특히 쿠쿠의 공기청정기, 현대모비스의 차량용 에어컨 필터는 인체 위해 우려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무영향 관찰농도를 노출 수준으로 나눈 안전비율(한계노출)이 100 미만이면 인체 위해가 우려된다고 보는데 쿠쿠의 공기청정기는 62로 조사됐다. 현대모비스의 차량용 에어컨은 89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이들 제품에서 OIT가 방출되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제품안전기본법 제10조에 따라 회수 권고 조치할 방침이다.
이날 환경부가 공개한 OIT가 함유된 필터 모델 수를 판매사별로 살펴보면 공기청정기가 코웨이 21개, LG전자 17개, 쿠쿠 9개, 삼성전자 6개, 위니아 2개, 프렉코 2개, 청호나이스 1개 등 총 58개다. 가정 내 에어컨은 LG전자 18개, 삼성전자 9개 등 모두 27개이며, 차량용 에어컨은 현대모비스 2개, 두원 1개 등 총 3개다. OIT를 함유한 것으로 확인된 필터는 두원이 판매한 1개 모델을 제외하면 모두 3M이 만든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OIT가 함유된 필터 대부분이 가동될 때 OIT가 방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또 OIT가 아닌 항균물질로 처리한 필터에 대해서도 자진수거명령 등을 통해 선조치한 후 안전성 검증에 착수할 예정이다. 차량용이 아닌 가정용 에어컨에 대해서도 필터 내 성분을 조사할 계획이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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