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만표(57) 변호사에 이어 우병우(49)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까지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이들이 호흡을 맞췄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팀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우 수석 의혹과 관련된 사건을 조사1부(이진동 부장검사)에 배당해 수사하기로 했다. 관련 의혹을 보도한 조선일보·경향신문에 대해 우 수석이 고소한 사건과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우 수석을 고발한 사건이다. 우 수석은 고소인이면서 피고발인인 셈이다.
검사장 출신인 홍 변호사는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로비 커넥션에 얽혀 구속기소된 상태다. 검찰로서는 검찰 내부 비리에 대한 수사가 연이어 터지는 셈이라 곤혹스런 모습이다. 야권에서는 ‘사필귀정’이라는 반응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인 김홍걸 전 더불어민주당 통합위원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제가 전에 노 대통령 수사팀 사람 중 홍만표 외에도 한두 명 더 나올 것이라고 하지 않았냐”고 밝히기도 했다.
우 수석과 홍 변호사는 지난 2009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노 전 대통령을 수사하면서 손발을 맞춘 인연이 있다. 대검 중수1과장이었던 우 수석은 노 전 대통령이 연루된 ‘박연차 게이트’ 사건의 주임검사를 맡아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신문했다. 우 수석은 대검 11층에 있는 1120호 특별조사실에서 노 전 대통령을 상대로 10여 시간 동안 강도 높게 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대검 수사기획관으로 우 수석의 상관이었던 홍 변호사는 언론에 수사브리핑을 도맡았다. 우 수석이 노 전 대통령을 신문할 때에는 CCTV로 지켜봤다. 홍 변호사를 통해 각종 수사 상황이 보도됐고 야권에서는 “고의적으로 피의사실을 공표하면서 망신주기를 하고 있다”며 강한 비판이 나왔다.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두 사람 모두 노 전 대통령 수사로 이름을 알리면서 유명세를 탔다. 둘 모두 이후 검찰 인사에서 승승장구했지만 홍 변호사는 검사장을 단 반면 우 수석은 검사장 진급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우 수석과 홍 변호사는 퇴임 이후 변호사로 개업한 뒤에도 서울 서초동의 한 빌딩 위아래 층에 각각 사무실을 내고 ‘한 지붕 아래’ 인연을 이어갔다. 두 사람이 개업한 뒤 서초동에서는 “각종 사건을 두 사람이 다 쓸어간다”는 푸념도 나왔다. 우 수석과 홍 변호사가 같이 수임을 맡아 직접 손발을 맞췄던 적도 있다고 한다. ‘특수통’ 검사 출신 전관 중에서는 최고라는 평을 들었다.
두 사람을 지휘했던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은 박연차 게이트 수사결과 발표 이후 검찰을 떠나 법무법인 바른에서 변호사로 개업해 활동 중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검찰에 남아 승승장구한 두 사람과 달리 ‘야인’으로 돌아갔지만 7년 만에 두 사람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처지가 뒤바뀌게 됐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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