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조지 버나드 쇼(1856~1950)는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재치있는 묘비명으로 가장 유명한 듯 보이지만 서구 유럽에서는 불세출의 지성으로 여겨진다. 그는 노벨문학상과 아카데미 각본상을 둘 다 거머쥔 최고의 극작가이자 G.B.S.라는 서명으로 수 많은 예술인들의 이를 갈게 한 악명 높은 비평가였으며 엄청난 청중을 몰고 다니는 스타 연설가·논객이었다. 또 협상에 탁월한 행정가이자 인습 타파에 앞장선 사회개혁가였고 영국식 사회주의를 고안해낸 사상가이기도 했다.
이 책은 헤스케드 피어슨이 써낸 버나드 쇼의 공식 전기다. 지난 1942년에 첫 출간됐으니 국내에서는 74년 만에 소개되는 셈이다. 저자는 버나드 쇼와 배우·극작가로 처음 만나 오랜 세월 가깝게 지낸 인물이며 그가 쓴 전기는 자료의 선별과 배치, 대상과의 유연한 거리 조절, 특유의 문장력이 함께 해 버나드 쇼의 전기 가운데 가장 재미있고 잘 읽히는 책으로 꼽힌다. 94세까지 장수한 버나드 쇼의 일대기를 700페이지 분량에 꽉 채운 이 전기는 버나드 쇼라는 세기의 스타를 입체적으로 다루는 것은 물론 당대 유럽 사회를 세밀히 읽을 수 있는 현대사 자료로서도 훌륭하다. 2만5,000원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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