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에 햄버거·콜라·핫도그가 올라와 있다면 이 식단은 한식일까 양식일까.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당연히 양식, 특히 미국식 메뉴라고 답할 것이다. 그런데 같은 논리의 문답을 다른 분야에 적용하면 ‘한식’이라는 엉뚱한 답변이 나온다. 바로 국방 및 외교 분야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요즘 한창 논란의 중심이 된 탄도미사일 방어체계 문제다.
주한미군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국내에 도입하기로 확정하자 반대론자들은 한국이 미국의 탄도미사일방어체계(MD)에 편입되는 것이라며 불가 주장을 펴고 있다. 혹시나 중국과 미국이 군사대결 국면에 들어서면 우리나라가 중국의 타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중국이 미국에 탄도탄을 날릴 정도면 한국에 사드가 있건 없건 주한미군도 선제공격 범위에 둘 터이니 말이 안 되는 논리인데 이런 궤변을 받아치는 한국과 미국 정부의 논리가 더욱 가관이다. 우리나라는 MD에 편입돼 있지 않다고 발표한 것이다. 사드가 도입돼 있지 않아도 이미 한국은 MD의 주요 방어체계를 상당수 갖추고 있는데 이게 무슨 말인가.
미 국방부나 현지 학계의 자료만 봐도 이는 명확하다. 미국 국책연구기관인 ‘국립연구회의(National Reseach Counsil)’ 등이 집필한 ‘탄도미사일 방어의 이해’ 보고서를 보면 미국의 탄도미사일 방어체계는 본토 방어, 파병 병력(forces) 방어, 동맹국 방어의 세 가지로 나뉜다. 이 중 동맹국 방어용 무기로는 탄도탄 요격 단계에 따라 △추진단계 요격: 항공기발사레이저(ABL) 등 △상승단계 요격: SM-3 미사일 등 △중간단계 요격: SM-3 미사일, 사드, 지상발사중간단계요격체(GBI) △종말단계 요격: SM-2, 패트리엇미사일(PAC-3), 사드 등이 명시돼 있다. 또 파병용 방어 무기 중에는 종말단계용으로 사드 등이 포함돼 있다.
우리 정부는 이중 종말단계인 SM-2미사일을 이미 갖췄으며 PAC-3도 오는 2020년까지 도입할 예정이다. 파병군인 주한미군도 패트리엇을 이미 갖췄고 사드를 곧 도입하기로 했다. 이 같은 밥상이라면 아무리 봐도 미국의 탄도미사일 방어체계 메뉴 그대로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것을 놓고 정부가 MD가 아니라고 하면 그야말로 식탁에 햄버거·콜라를 다 올려놓고 양식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없다.
한미 양국 군사동맹의 핵심은 상호방위조약이다. 한국이 공격당할 때 미국이 지켜주듯 우리 또한 미국이 공격당하면 그들을 방어해주겠다는 약속이다. 그런데 사드 및 MD 반대론의 요지는 무엇인가.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공격받을 때 한국은 공격받기 싫다는 것이다. 이런 반대론자들의 논리는 도널드 트럼프와 같은 미국 내 급진보수주의자들의 주한미군 철수론 등을 오히려 도와주는 셈이 된다. 이런 반대론을 정면으로 반박하지는 못할망정 “우리는 MD에 편입되지 않는다”며 중국 눈치나 보는 우리 정부의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대중 관계는 중요하지만 한미 동맹은 훨씬 더 중대한 안보가치다. 정부가 중국 눈치 보느라 한미 동맹의 본질을 흐리는 엉터리 변명을 늘어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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