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마치 자연의 일부인 양 ‘숨어’ 버렸다. 이처럼 생물이 주변 환경과 자신을 일치시키는 ‘위장술’을 펼치는 경우는 경쟁과 위기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생존수단이지만, 호주 출신으로 보디페인팅을 미술 영역으로 확장시킨 엠마 핵은 이를 자신만의 예술전략으로 삼았다. ‘위장’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가져다 부르는 ‘카무플라주(camouflage) 아트의 대표작가인 그녀의 국내 첫 개인전이 사비나미술관에서 10월30일까지 열린다. 작품 속 누드의 여성 모델은 짧게는 8시간에서 20시간 이상 같은 자세로 서 있어야 하고 작가는 벽과 인체를 캔버스 삼아 화려한 문양을 그려냈다. 단순한 벽으로만 생각했던 그림에서 모델의 살결과 몸을 발견하는 순간 관객의 상상력은 증폭되고 자신도 모르게 몸의 흔적을 눈으로 더듬게 된다. 작가는 서양인임에도 자연과 동양적 문양을 즐겨 그려왔고 작품에서는 인간의 흔적을 애써 남기려 하지 않고 자연을 있는 그대로 두고자 한 ‘무위자연’도 느껴진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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