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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한국서 사실상 퇴출]2조 부당매출에 과징금은 쥐꼬리...폭스바겐 꼼수에 놀아난 국내법

행정처분전 자발적 판매중단...'과징금 폭탄' 피해

과징금 상한 '매출 3%내' 규정탓에 부과율도 낮아

소음성적 위조엔 미부과..."징벌적 손배제 검토를"





폭스바겐이 조작한 서류로 인증을 받은 차량을 포함해 한해 약 6만~7만대를 판매, 2조~3조원의 매출을 거둬들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78억원이라는 터무니없이 낮은 과징금이 책정된 것은 결정적으로 폭스바겐의 ‘꼼수’가 주효했다.

폭스바겐은 행정처분 관련 청문회를 하루 앞둔 지난달 25일 행정처분 대상 32개 차종의 자발적 판매중단에 나섰다. 환경부는 폭스바겐의 이런 행태에 과징금 폭탄을 피하기 위한 저의가 깔렸다고 판단했다. 28일부터는 1개 차종당 부과될 수 있는 과징금이 기존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상향 조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행법으로는 과징금을 낮추기 위한 폭스바겐의 꼼수를 제재하는 방법이 없었다.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다양한 루트로 법률 조언을 받았지만 위법행위가 지속되지 않는 상황에서 바뀐 법률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폭스바겐의 꼼수에 대한 처벌 가능 여부를 묻는 말에는 “대기환경보전법을 넘어서는 법적 근거가 별도로 없어 페널티를 줄 수 없다”며 난색을 보였다. 결국 폭스바겐은 배출가스 시험성적서 조작으로 2조2,800억원(차량 한 대당 평균 4,000만원 수준×5만7,000대)의 부당 매출을 올렸지만 과징금은 부당 매출액의 0.78%로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구멍 뚫린 법망도 폭스바겐이 과징금 폭탄을 피해가는 데 한몫했다. 자동차 제작사가 받는 처벌이 연이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면서 국회는 지난해 과징금을 10배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1개 차종당 100억원 한도의 법이 적용됐더라도 폭스바겐에 매길 수 있는 총 과징금 한도액은 680억원에 그쳤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단순 계산으로는 24개 차종이 법을 어겼으면 2,400억원이 최대치로 나와야 하지만 총액이 매출액의 3%를 넘을 수 없다는 규정 때문이다.

홍동곤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은 “국회에서 과징금 상한 매출액 기준 요율 3%에 대해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부과율을 높이려면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폭스바겐 사태는 앞으로 또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과징금 상한 매출액 기준 요율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음 성적서 위조에 대해서는 과징금이 부과되지 않는 허점도 있다. 소음 성적서만을 위조한 것으로 드러난 8개 차종, 2만6,000대는 소음·진동관리법에 과징금 부과 조항이 없어 대상에서 제외됐다. 환경부는 폭스바겐이 우리나라 자동차 인증제도의 근간을 흔들었다고 판단하고 법적으로 가능한 최대한 처벌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홍 과장은 “환경부는 거짓이나 속임수로 인증을 받은 것은 법률에 따른 당연한 인증취소 사안이며 이번 사안은 자동차 인증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와 여론의 시선은 차갑다. 폭스바겐 사태를 계기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의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는 “소비자를 보호하려면 이런 기업들을 따끔하게 제재하는 것과 함께 소비자에 대한 손해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이런 입장에 어느 정도 공감했다. 홍 과장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검토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재산상 손해에 따른 원금과 이자뿐만 아니라 악의적·반사회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추가로 배상해주는 것을 말한다.

앞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한 미국은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으로 물의를 일으킨 폭스바겐에 국내 소비자(47만5,000명) 피해 배상과 벌금으로 총 147억 달러(16조3,000억원)를 내도록 했다. /세종=임지훈·진동영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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