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의장은 이날 위스콘신 지역 방송 WTAQ 인터뷰에서 트럼프와의 갈등에 대해 “트럼프가 전당대회 이후 이상한 행보를 보여왔다”면서 “트럼프에 대한 나의 과거 지지 선언이 그에게 ‘백지수표’(blank check)를 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공화당의 원칙이 왜곡되면 나는 그 원칙을 수호하기 위해 맞설 것”이라면서 “잘못됐다고 생각이 드는 것을 보거나 들으면 가만히 앉아 침묵만 지키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의 원칙과 브랜드가 왜곡된다는 생각이 들면 나는 공화당의 지도자로서 그것을 지킬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비록 당의 대선후보지만 잘못된 언행을 하면 과감히 지적이나 비판을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라이언 의장은 다만 트럼프에 대한 원칙적 지지 입장은 유지했다. 다만, 일부 언론은 백지수표 언급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라이언 의장이 지지 철회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이라고 해석했다. 라이언 의장은 트럼프가 하원의원 후보 경선과 관련해 자신 대신 경쟁자인 폴 넬런을 지지한 데 대해선 “내가 원하는 유일한 지지는 우리 지역구민들의 지지뿐이고, 거기에만 열중하고 있다”고 개의치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애초부터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 온 두 사람은 최근 트럼프의 무슬림 비하 발언 논란을 계기로 완전히 틀어졌다. 트럼프가 지난달 28일 민주당 전당대회 때 힐러리 클린턴 찬조연사로 출격해 자신을 비판한 무슬림계 미국인 변호사 키즈르 칸 부부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무슬림 비하로 비칠 수 있는 언급을 했고, 이에 라이언 의장이 비판적 입장을 취하자 트럼프는 지도부 교체 필요성과 함께 넬런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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