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 음악 모든 예술에서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버리면 정수만 남아요. 우리 삶도 그렇게 단순해지면 아름답고 근사해지지 않을까요.”
1975년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지금까지 90편에 이르는 작품을 펴낸 한국 문단의 중견 시인 장석주. 그는 단순함을 예찬한다. 최근 단순함에 대한 생각을 오롯이 담은 산문집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를 펴낸 장 시인을 서울경제신문 본사에서 만났다.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어 단순함과 아름다움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대한 장 시인의 답은 확고했다. 지난 2000년 복잡하고 소란한 삶과 단절하기 위해 경기도 안성에 집을 지어 살기 시작한 이후 새벽 4시에 일어나 8시간 글을 쓰고, 오후에 산책과 독서, 밤 10시에 잠자리에 드는 반복된 삶을 살아왔다. 이런 삶 속에서 장 시인은 이전에 느꼈던 내면의 빈곤을 더 이상 발견할 수 없었고. 오히려 삶엔 생기가 돌았다.
한때 출판사에서 일하며 50종이 넘는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내며 ‘미다스의 손’, ‘기획의 천재’라는 평가를 들었던 그였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웠지만 내면이 빈곤해지고 있다는 느낌에 시달렸고 결국 출판 일을 정리하고 안성으로 떠났다. 이런 그의 경험 때문인지 단순함을 말하는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장 시인은 “제가 느낀 단순함은 그냥 단순함이 아니라 복잡함의 극단에서 만난 단순함”이라면서 “복잡함이 큰 하중으로 저의 삶을 짓누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과잉의 삶과 단순함 삶을 모두 살아봐서인지 장 시인은 우리 사회 문제에 대한 걱정도 남달랐다. 그는 “우리 사회의 문제들은 과잉에서 벌어진다”며 “과잉소비 과잉생산 과잉커뮤니케이션 때문에 과부하가 걸려 신체가 감당할 수 있는 이상의 일을 해야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강조했다.
장 시인은 자신의 삶을 강요할 생각은 없지만, 책에서 드러나는 자신의 삶의 방식이 사회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바람도 가지고 있다.
적게 소유하고, 적게 먹고, 간결하고 느린 ‘미니멀 라이프’가 삶의 본질에 가까운 삶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일반인들이 실천하기에는 쉽지 않은 삶의 방식이다. 우리 일상 속에서 단순한 삶을 살 수 있는 실천 방법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에 장 시인은 독서를 꼽았다. 그는 “책 읽기에는 기쁨과 의미가 있고 우리 내면의 소란들을 잠재우는 효과가 있다. 내면이 고요하면 반드시 자기를 돌아보게 돼 자기 삶을 투명하게 응시하게 된다”며 “책 읽기는 단순한 삶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책을 펴낸 노고에 대한 포상으로 여름휴가를 다녀올 생각이라는 시인은 올해 안에 사랑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누구나 사랑은 어렵다’와 ‘그리스인 조르바’에 대한 책을 펴낼 계획이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