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비주류 후보를 자처한 이종걸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1차 컷오프를 예상 밖으로 통과함에 따라 비주류 결집이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뒤따르고 있다. 상당한 의구심을 가지고 최약체로 평가되던 이 의원에게 표를 던졌던 비주류가 이 의원의 컷오프 통과로 “한번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고 잠행을 거듭하던 10명 남짓의 비주류가 본격적인 세몰이에 나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의원이 추 의원과 ‘2강’을 형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송영길 의원을 꺾고 1차 컷오프 3인에 포함된 까닭으로는 ‘손학규 마케팅’이 일정 부분 유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의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손학규계라고 불리는 분들에게 별다른 지시를 내리시지는 않았다”면서도 “손학규 의원을 따르는 분들이 저를 지지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일부 당원에게 “제가 당 대표가 되면 손 전 고문을 모셔오겠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전 대표 1인 체제로 흘러가는 밋밋한 대선 구도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는 상황을 활용해 손학규계로 불리는 이찬열 의원 등 10여명의 손학규계 의원들과 10명 남짓한 비주류 의원들의 표심을 자극한 셈이다. 이 의원은 다른 당권주자와 달리 지난 6일 오후 전남 목포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모 행사를 찾아 손 전 고문의 손을 잡으며 남다른 친밀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또 이 의원이 추 의원과 김 전 교육감에 비해 ‘야권 통합’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는 점도 가장 많은 당원이 있는 호남 표심을 가져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의원은 예비 경선 통과 후 밝힌 소감을 통해 “오직 야권 연대만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호남권 의원을 중심으로도 대선 전 당대당 통합을 비롯해 야권 연대 기류가 강화되고 있고 또 이 의원이 국민의당 호남권 의원들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주류 후보들에 대해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는 호남 민심을 향해 구애할 수 있는 장점으로 뽑힌다.
그러나 더민주 전당대회가 열리는 27일까지 주류계가 물밑에서 교통정리를 강행한다면 이 의원이 불리한 구도는 깨지기 어렵다는 것이 대다수의 시각이다. 4명 중 3명을 뽑는 1차 컷오프와 달리 3명 중 1인을 뽑는 본선에서는 주류 역시 추 의원과 김상곤 전 교육감 중 1명에게 전략적으로 투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