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지난 12일 지난 5년간 비서실장을 지냈던 세르게이 이바노프(63)를 전격 해임했다. 이바노프는 1970년대 후반부터 푸틴 대통령과 국가보안위원회(KGB)에서 함께 근무했던 오랜 동료이자 측근이다. 푸틴 대통령이 지명한 그의 후임은 지금까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외교관 출신의 안톤 바이노(44) 부비서실장이다.
핵심 측근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물갈이는 지난해 9월 전직 KGB 및 외교관 출신인 블라디미르 야쿠닌 철도공사 사장의 갑작스러운 축출이 시발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도 푸틴은 4월 국가안보 관련 기관들을 통폐합한 대통령 직속 ‘국가근위대’를 창설하는 과정에서 빅토르 이바노프 연방마약단속청장을 비롯한 자신의 오랜 동지들을 해임했다. 지난달에는 KGB 출신의 안드레이 벨랴니노프 관세청장이 부패혐의로 물러났으며 대통령궁 주도로 일부 중앙 및 지방 관료들의 교체가 이뤄지기도 했다.
FT는 러시아의 악명 높은 지도 엘리트층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며 푸틴이 KGB 시절 동료들이나 어린 시절 친구 등 오랜 동지들로 구성된 이너서클의 도움으로 지배체제를 공고히 해온 종전의 역학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 분석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2011~2012년 모스크바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 이후로 측근들이 자신으로부터 주요 정보들을 차단하고 있다는 의혹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예브게니 곤트마커 분석가는 이바노프 전 비서실장 등 대통령궁의 일부 고위관료가 정보를 거르는 바람에 대통령이 사실을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푸틴에게 발탁된 젊은 지도층 역시 푸틴에 대한 충성심으로 뭉친 새로운 측근들이라는 점에서 인사 교체가 러시아 정치의 변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FT는 덧붙였다.
/신경립기자 kls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