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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형 흑자' 늪에 빠진 日

수출 금융위기 이후 최대 하락

7월 수입은 더 줄어 24.7% ↓

두달째 무역 흑자 이어갔지만

엔고에 당분간 수출 부진 지속

일본 경제가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해 무역수지가 개선되는 ‘불황형 흑자’의 늪에 빠졌다. 지난 7월 무역수지가 5,000억엔대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수출은 10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며 2009년 금융위기 이래 최대 낙폭으로 곤두박질친 상태다. 최근 들어서는 연일 달러당 100엔이 붕괴될 정도로 엔화 강세에 속도가 붙고 있어 수출은 앞으로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일본 재무성 발표에 따르면 일본의 7월 무역수지는 5,135억엔(약 5조7,000억원) 흑자를 기록해 2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흑자 규모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2,732억엔)의 2배에 육박한다.





무역흑자를 이끈 것은 두자릿수로 떨어진 수출보다 더 큰 폭으로 줄어든 수입이다. 7월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4% 감소해 2009년 10월(-23.2%) 이래 6년9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전월(-7.4%)과 비교해도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엔화 강세로 대미 자동차 수출 등이 위축되면서 수출이 부진했다고 분석했다. 7월 통관 기준 환율은 달러당 103.14엔으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엔화 가치가 16.2%나 높았다.

수입액은 전년 동월 대비 24.7%로 더 큰 낙폭을 보였다. 저유가에 엔고까지 겹쳐 원유 수입액이 급감한 탓에 지난달 수입은 2009년 10월(-35.5%) 이래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무역수지 개선은 수출 증가에 힘입어 흑자기조가 이어지는 ‘좋은 무역흑자’와는 거리가 멀다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이후 급속도로 진행된 엔고 현상이 수출 감소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경고했다. 물량 기준으로 수출 규모가 전년 동월 대비 2.5% 감소에 그친 반면 수출액이 14%나 곤두박질친 것은 수출액이 엔고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문은 8월 들어 엔고가 한층 진전된 만큼 당분간 환율 요인에 따른 수출 부진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날 엔화 가치는 16일에 이어 이틀 만에 또다시 99엔대로 치솟는 강세를 보였다.

한편 올해 들어 엔화 강세로 수출에 비상등이 켜진 일본의 주요 기업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한 ‘절약’ 모드에 돌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수년간 최고의 실적을 누려온 도요타자동차는 올여름 들어 비용절감 차원에서 도쿄 본사 건물의 엘리베이터 운행을 일부 중단한 상태다. 엔화 가치가 1엔 오를 때마다 영업이익이 400억엔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되는 도요타는 올해 엔고에 따른 수출 채산성 악화 요인을 반영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을 종전의 1조7,000억엔에서 1조6,000억엔으로 1,000억엔 하향 조정했다. 이 밖에 샤프와 파나소닉 등도 실내온도와 건물 조명을 낮추는 등의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신경립기자 kls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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