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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올림픽]박세리 눈물이 왈칵... 박인비는 속으로 울었다

‘세리키드’ 우여곡절 끝 금메달에 내 일 같아 눈물

눈물 없는 박인비도 박세리와 포옹 땐 감격에 겨운 표정

‘세리키드’ 박인비(28·KB금융그룹)의 금메달에 ‘코치’ 박세리(39·하나금융그룹)는 눈물을 훔쳤다.

21일(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의 올림픽 골프코스. 박인비의 리우 올림픽 여자골프 금메달이 확정되자 박세리는 왈칵 쏟아져 나오는 눈물을 억누르지 못했다.

올림픽 대표팀 코치는 박세리가 선수 은퇴를 결정하고 맡은 첫 직책이었다. 그래서 더 완벽하게 해내고 싶었는지 모른다. 새벽을 깨워 후배들이 먹을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경기 중에 필요한 샌드위치까지 만들었다. 식재료의 염분 등을 확인하기 위해 시장도 직접 보러 다녔다. 대표팀 4명이 모두 이미 최고 무대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호령하는 선수들이었기에 기술적인 부분을 조언할 땐 극도로 조심스러웠다고 한다.

특히 박인비가 마음에 걸렸다. 자신의 메이저 승수(5승)를 넘어서 무려 7승을 챙긴 박인비지만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는 심적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부상을 안고 올림픽 출전을 강행하는 데 대해 마지막까지도 확신이 서지 않던 박인비였다. 그런 박인비에게 박세리가 해준 말은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해라”였다. “백이면 백 명이 모두 너를 좋아하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저 묵묵하게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박세리가 선수생활 말년에 스스로 되뇌던 말이기도 했다.

후배가 느낄 부담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박세리는 모든 것을 이겨내고 정상에 오른 박인비의 모습을 보자 절로 눈물이 흘렀던 것이다. 박세리는 “선수였을 때의 기쁨과 지금의 기쁨은 정말 다르다. 너무 다르다”며 “선수였을 땐 우승만 생각했지만 이번은 그게 아니다. 그래서 더 많은 게 와닿았다”고 했다.



정작 박인비는 울지 않았다. “모든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내 몸에 남아있는 에너지가 없는 기분”이라는 박인비는 “속에선 분명히 울컥하는데 이상하리만치 눈물이 안 나는 스타일이다. 남편한테 프러포즈를 받았을 때도 눈물이 안 났다”며 웃었다. 1998년 박세리의 US 여자오픈 우승을 TV로 보며 골프선수로서의 꿈을 구체화했던 박인비는 박세리와 포옹하며 감격에 겨운 듯 지긋이 눈을 감았다.

/리우데자네이루=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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