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공급과잉의 진원지인 철강·석탄 분야는 올 감축목표의 절반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당국의 구조조정 독려 계획이 미국·유럽연합(EU) 등의 비판을 피하기 위한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상해일보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현재 중국의 석탄 분야 감축물량은 당국의 올해 목표치 2억5,000만톤의 38%인 9,500만톤에 그쳤다. 미국 등 주요국의 감산 압력을 받고 있는 철강 분야도 올해 감축 목표치 4,500만톤의 47%인 2,130만톤에 불과했다.
목표치 달성에 빨간불이 켜지자 중국 거시경제 사령탑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철강과 석탄 등 10개 분야 ‘공급 측면 개혁 감찰조’를 구성해 오는 9월1~10일 현황을 조사하고 구조조정 속도가 느린 지방정부와 기업들의 고삐를 죌 계획이다. 리앤웨이량 발개위 부주임은 “일부 지방정부 중에서는 감축 목표치의 10%밖에 달성하지 못한 곳도 있다”면서 “해당 지방정부에 강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장에서는 정부 당국이 이미 좀비기업(빚으로 유지되는 한계기업) 명단을 작성한 상태며 이번 감찰조 활동 결과를 바탕으로 회생불가 기업을 과감히 정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 당국이 이처럼 강도 높은 압박에 나선 것은 일각의 구조조정 반발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일부 지방정부는 실업난과 성장률 목표 달성 차질을 우려해 생산설비 감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여기에 최근 철강과 석탄 가격이 바닥을 치며 오르는 기미를 보이자 기업들의 생산감축 의지도 약화됐다. 실제로 중국 철강재 생산량은 6월 전년동기 대비 3.2% 증가한 1억72만톤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1억톤을 돌파했다. 미국·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국의 철강재 생산량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자 과잉설비 해소 노력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전문가들도 시진핑 정부가 노동자 소요 증가, 지도부 신뢰도 하락 등을 우려해 무리하게 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이 공급과잉 문제 해결을 위해 철강·석탄·시멘트·평판유리·알루미늄·조선 등 6개 산업에서 10%의 생산감축을 단행해야 한다”며 “이 경우 약 350만명의 실업자 발생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지방정부는 당국이 회생 가능한 기업과 불가능한 기업을 분명하게 가려낼 때까지 눈치를 살피며 관망하는 자세를 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올 한해 철강 분야에서 4,500만톤, 석탄 분야에서 2억5,000만톤의 생산설비 감축을 시작으로 향후 5년간 철강과 석탄 생산설비 각각 1억5,000만톤, 5억톤을 줄일 계획이다. 올해 철강과 석탄 분야 구조조정으로 각각 50만명, 130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1,000억위안(약 17조6,000억원)의 지원금을 책정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