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 등에 따르면 3일 개봉한 롯데엔터테인먼트의 투자 배급 영화 ‘덕혜옹주’의 개봉 첫날 롯데시네마 상영횟수 비율은 전체의 23.9%에 달했다. CGV와 메가박스의 점유율이 각각 17.2%, 18.6%에 그쳤던 것과 비교해 5~6%포인트 가량 높은 수치다. 특히 개봉 첫 주 주말의 상영횟수 점유율은 26.10%까지 치솟았다. 롯데시네마에서 튼 영화 4편 중 1편이 ‘덕혜옹주’였다는 의미다.
메가박스 역시 계열사 투자배급 영화인 ‘국가대표2’에 개봉 첫날 스크린을 대거 할애, 상영횟수 점유율이 20.5%에 달했다. 같은 날 CGV와 롯데시네마가 ‘국가대표2’를 상영한 비율은 각각 전체의 12.8%, 13.4%에 그쳤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가대표2’는 다른 극장 체인에서의 스크린 확보에 실패한 나머지 메가박스에서 지나치게 몰아준 것처럼 보이는 측면도 없지 않지만 극장 체인과 관계없는 영화들은 이런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는 점에서 명백하게 불공정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개봉해 지금까지 68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경우 투자자로 참여한 공영방송 KBS의 지나친 홍보로 눈총을 받았다. KBS는 보도기관의 특성을 활용해 홍보성 보도들을 쏟아냈는데 노골적인 편향성을 보여 공영방송의 객관성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실제 KBS 새노조에 따르면 KBS는 ‘뉴스9’을 통해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관한 리포트를 3주간 무려 9차례 내보낸 반면 올해 첫 천만 영화로 등극한 ‘부산행’은 4주차 만에 단 한 차례 내보냈다. 지난달 방영된 정전 63주년 특집 다큐멘터리는 개봉을 앞둔 영화 장면을 곳곳에 삽입, ‘1시간 짜리 영화 홍보를 보는 줄 알았다’는 비판을 받았고 특히 편향적 보도 작성을 거부한 기자 2명을 징계함으로써 공영방송 얼굴에 먹칠을 했다.
그 밖에도 여름 시장의 포문을 열었던 ‘부산행’은 ‘유료시사회’라는 명목으로 개봉일을 앞당기는 꼼수를 써 천만 영화의 성취를 스스로 퇴색시켰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 수백 억을 투자한 작품이다 보니 흥행에 목멜 수밖에 없는 건 이해하지만 이런 ‘반칙’이 계속 이어지면 결국 한국영화 모두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며 “공정한 룰을 지키기 위한 업계의 자정작용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사진제공=각 배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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