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T가 한국 무용수와 함께 한 역사가 꽤 오래됐는데 13년 만에 한국을 찾은 건 너무 오래 걸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 더 자주 한국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이번 공연이 한국 관객들에게는 맛집에서 조금씩 음식을 맛보는 것 같은 그런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배리 휴슨 ABT 경영감독)
세계 정상급 발레단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이하 ABT)’가 한국을 찾았다. 24일 새롭게 문을 여는 GS아트센터의 개관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다. GS아트센터는 GS문화재단이 GS그룹 출범 20주년을 맞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공연장을 리모델링해 1200석 여 규모로 재탄생시킨 공간이다. ABT는 GS아트센터의 개막 첫 무대이기도 한 13년 만의 내한 공연을 위해 16명의 수석 무용수를 비롯해 단원과 스태프 등 104명이 총출동했다.
공연을 이틀 앞둔 22일 GS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85년 ABT 역사상 첫 여성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수전 재피와 배리 휴슨 ABT 경영감독, 무용단의 간판 무용수인 제임스 화이트사이드와 이자벨라 보일스톤이 자리했다. 또 한국인 수석 무용수인 서희를 필두로 안주원, 한성우, 박선미, 서윤정 등 ABT의 한국인 무용수 5명이 모두 모였다. 1939년 창단한 ABT는 러시아 마린스키, 볼쇼이, 프랑스 파리오페라, 영국 로열발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정상급 발레단이다. 기량이 뛰어난 것은 물론 물론 스타성을 갖춘 무용수가 많아 ‘발레계의 할리우드’라고도 불린다. 재피 감독은 “1996년 무용수로 서울에 온 적 있는데 다시 찾아 감회가 남다르다”며 “이번 개관 무대는 클래식부터 컨템포러리까지 시대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레퍼토리로 ABT의 뛰어난 기량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 나흘 간의 이번 내한 공연은 5편의 단막극들로 꾸며진다. ABT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엄선됐다. 1947년 초연한 조지 발란친의 ‘테마 앤드 바리에이션’과 1986년 초연한 트와일라 타프의 ‘인 더 어퍼 룸’, 지금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안무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카일 에이브러햄의 ‘머큐리얼 선’과 젬마 본드의 ‘라 부티크’ 등과 더불어 고전발레 주요 장면을 공연한다. ABT가 쌓아올린 미국 무용계의 중요한 순간들을 한번에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재피 감독은 “한국 관객들이 전막 형태의 작품을 좋아하는 걸로 알지만 저로서는 새롭고 혁신적인 안무를 고전 발레와 함께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며 “이번 프로그램은 저희 무용단의 뛰어난 역량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올해 입단 20주년을 맞이하는 한국인 수석 무용수 서희도 함께 했다. 그는 “눈 깜짝해보니 20년이 지났다”며 “지난 20년은 내가 한눈 팔지 않고 장인처럼 한 길만 오랫동안 걸어왔다는 것에 대해 자존감을 가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후배들이 많이 들어와 응원하고 도와줄 수 있는 것도 내게는 기쁨”이라고 덧붙였다. 재피 감독은 “한국 무용수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기량을 가진 무용수들”이라며 “기술과 예술성이 모두 뛰어난 동시에 무모할 정도로 진취적이고 열정적인 태도를 공유하고 있는 점도 나로서는 인상 깊다”고 말했다.
한편 GS아트센터의 개관 공연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는 오는 24일부터 27일까지 총 5차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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