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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한 친일도, 선한 항일도 아닌 일제시대 회색인 고뇌 그렸죠"

■ 영화 '밀정'의 송강호

공유의 의열단 역할도 탐나

김지운 감독과는 네번째 만남

눈빛만 보고도 통하는 사이





깨끗이 청산되지 못한 과거의 잔재 탓일까. 우리는 아직 일제강점기를 살아갔던 인물들을 평가할 때 악한 친일과 선한 항일이라는 단선적 잣대만으로 평가하려는 경향이 짙다. 심지어 영화에서조차 말이다. 7일 개봉하는 영화 ‘밀정’의 차별점은 여기에 있다. 영웅적 항일의 면모를 드러내거나 지독한 친일의 악행을 그리는 것에 멈추지 않고 그 혼돈의 시대에 휘청이던 사람들을 세심히 들여다보려 한 것. 송강호가 연기한, 조선인 출신으로 총독부 경무국 부장까지 올라갔지만 완벽한 일제의 앞잡이도 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는 현실적 친일파 ‘이정출’을 통해서 말이다.

“저도 처음에는 헷갈렸어요. 사람들이 ‘이정출이 밀정이야?’라고 묻는데 ‘나도 모르겠다.’고 대답했죠. 그 말을 듣고 김지운 감독이 웃었는데, 돌이켜보니 그 말이 정답인 것 같더라구요.” 배우는 이어 설명했다. “이정출은 불타는 붉은색이나 좌절의 검정으로만 표현되던 그 시절 회색빛을 가지고 살아간 사람이죠. 한쪽을 선택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지는 걸 알고 있었고 그래서 ‘일단 지금 살고 보자’고 생각하며 선택을 유예한 철저한 현실주의자이기도 하구요. 그랬던 사람이 어떻게 변해갈지, 어떤 삶의 태도를 결정하게 될지를 지켜보는 것이 영화의 핵심이자 가장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결국 영화는 밀정이 누구냐를 묻는 게 아닌 밀정을 존재하게 된 시대에 대한 이야기이지 않을까요.”



이처럼 그 시대의 혼돈을 온몸에 집약하고 있는 듯한 ‘이정출’은 충무로 데뷔 20여 년 서른 편 가까운 영화에 출연하며 숱한 인물상을 만나온 배우에게도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그 사람의 변화와 그 과정이) 켜켜이 쌓여간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그 모습이 그를 둘러싼 세계를 크고 깊게 보여주는 것 같아 더 좋았죠. 특정한 사건이 계기가 되는 모습이 뚜렷이 그려지지 않다 보니 간혹 그의 변심이 뜬금없다거나 개연성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하나의 혹은 몇 개의 사건으로 사람이 깊은 변화를 이룬다는 게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 아닐까요.” 다른 한편 김우진(공유 분)이라는 캐릭터도 조금 탐이 났다고 한다. “의열단의 핵심 멤버인 김우진은 그야말로 신념으로 똘똘 뭉친 인물이죠. 신념이란 것의 끝은 과연 어디인가. 그 본연의, 본질을 보고 싶다는 생각도 조금 들었어





요.”

영화는 ‘장화, 홍련’,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과 배우 송강호의 네 번째 작품이자 8년 만의 만남으로도 주목받았다. 2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두 사람의 호흡은 “말을 하지 않아도 무얼 바라는지 대충은 알 것 같은” 단계로까지 진화했고 서로의 작업에 대한 만족감도 대단했다. 송강호는 “감독님 말로 이번에는 특히 연출가로서 야심보다 대중영화로서의 미덕을 살리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고 하는데 그 말처럼 새로운 형식의 대중성을 확보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며 “관객들이 다소 낯설어 할 수는 있겠지만 싫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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