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악화와 조선 구조조정 등으로 지난달까지 집계된 올해 임금체불액이 1조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에게는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는 추석 명절 수식어가 무색하게 됐다.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임금체불액이 사상 최대인 1조 4,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임금체불로 고용부에 진정한 근로자는 21만4,052명, 임금체불액은 사상 최대인 9,47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보다 근로자 수는 12%, 체불액은 11% 급증한 수치다.
임금체불 급증은 경기 침체로 기업들의 경영 사정이 갈수록 악화하는 데다 조선업 구조조정 등으로 하도급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하청업체가 늘었기 때문이다. 경영 사정이 악화했을 때 고의로 임금을 체불해 개인 빚을 갚거나 회사 자금을 빼돌려 다른 회사를 세우는 악덕 사업주가 끊이지 않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고용부의 한 근로감독관은 “상당수 사업주가 경기가 나빠지면 직원들 월급은 주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하고 있다”며 “더구나 회사 사정이 그리 나쁘지 않음에도 고의로 임금을 체불하는 사업주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전체 임금체불액은 1조4,000억원을 넘어서게 된다. 임금체불액이 가장 컸던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의 1조3,438억원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우리나라의 임금체불액 규모는 유럽의 선진국보다 많은 것은 물론 이웃한 일본과 비교해도 10배에 달한다.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근로자는 29만2,558명, 체불된 임금 규모는 1조3,195억원이었던데 반해 일본의 임금체불 근로자는 3만9,233명, 체불 규모는 131억엔(한화 1,440억원)이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2015년 기준으로 4조1,233억 달러로 우리나라의 1조3,779억 달러의 3배 수준이다.
주무 부처인 고용부는 임금체불을 줄이기 위해 고의로 임금을 체불하거나 상습 체불 하는 사업주는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고의·상습 체불 사업주의 명단도 공개한다. 또 상습체불 사업주에게 철퇴를 가하기 위해 근로자가 임금체불액과 같은 금액의 부가금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부가금’ 제도를 신설하고, 지연이자제 확대도 추진한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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