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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정상회담] 5개월 만에 어색한 만남…'임시정부 인연' 강조하며 분위기 전환

시진핑, 모두발언서 사드 언급 없이 '불편한 상황' 연출 안해

朴 "북핵은 한중 발전 도전 요인…양국 협력 어느때보다 중요"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오전(현지시간) 중국 항저우 서호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인사하고 있다. 두 정상은 이날 이전처럼 환한 미소 대신 다소 어색하고 경직된 표정으로 마주했다. 약간의 거리감을 둔 채 서로 악수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항저우=연합뉴스




국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발표 이후 처음으로 마주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갈등의 골이 생긴 양국 관계를 반영하듯 두 정상은 어색하게 조우했다. 두 정상은 북핵 위협에 대한 공조에 동의하면서도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과거 대한민국 임시정부 때 두 나라의 옛 인연을 언급하며 양국 간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드로 한미일 관계가 중시되는 상황을 벗어나 중국과 협조해 일본을 견제하고 나아가 한국이 동북아 관계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정상회담이 두 정상 간 사드 관련 논의가 처음이었던 만큼 갈등 확산을 막고 양국의 입장 차를 좁혀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왔다.

남색 정장을 입은 박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항저우 서호 국빈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을 만났다. 두 정상 간 만남은 지난 3월31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정상회담이 후 5개월 만이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오전8시27분(현지시각)부터 9시13분까지 46분간 대화를 나눴다.

다만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은 이전처럼 환한 미소 대신 어색하고 경직된 표정으로 마주했다. 약간의 거리감을 둔 채 서로 악수를 하는 불편한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 앞서 모두발언에서 사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박 대통령에게 예우를 갖추는 등 서로 불편해할 상황을 연출하지 않았다. 양국의 관계회복 필요성을 의식한 듯 두 나라의 인연을 언급하며 양국이 가까운 이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이 임시정부를 지원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 주목된다. 이는 미일 관계 강화와 한국의 사드 배치로 중국이 수세에 몰리자 한국의 지원을 요청하는 동시에 외교전략 수정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항저우는 1930년대 일본의 침략을 막기 위해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3년 정도 있던 곳으로 한국과 아주 특별한 인연이 있다”며 “한국의 유명한 지도자인 김구 선생님께서 저장성에서 투쟁하셨고 중국 국민이 김구 선생님을 위해 보호 조치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구 선생의 아들인 김신 전 공군참모총장이 1996년 항저우 인근 저장성 하이옌을 찾았을 때 ‘음수사원 한중우의’라는 글자를 남겼다고 전했다. 음수사원(飮水思源)은 ‘물을 마실 때 그 물이 어디에서 왔는지 생각한다’는 뜻으로 시 주석이 한중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또 “동북아 지역의 불안정 요소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가까운 이웃인 한중이 공동 이익을 가진 만큼 올바른 궤도에서 한중 관계를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의 임시정부 관련 발언에 대해 “그런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며 “다양한 안보·경제적 도전에 효율적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각과 접근법이 필요하다. 국가 간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미사일은) 한중 관계 발전의 도전요인으로 진지한 소통을 통해 이번 도전을 양국 관계가 도약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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