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나도나 돼지분양 사건' 다시 재판하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홍만표 변호사가 함께 변론을 맡아 관심을 끌었던 ‘도나도나 돼지 분양 사건’이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됐다.

‘어미 돼지에 500만~600만원을 투자하면 새끼 돼지 20마리의 수익을 낼 수 있다’며 투자금을 모은 행위는 불법이라는 취지였다.

대법원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8일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유사수신행위규제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양돈업체 도나도나 대표 최모(69)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사수신 부분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투자금 모집은) 양돈 사업을 확장한 것일 뿐 위탁자들과 양돈위탁 계약에 따라 돼지를 위탁 사육한다거나 성돈을 인도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실물 거래인 돼지 위탁 사육이나 성돈 거래가 매개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는 유사수신행위규제법이 정한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위탁 명목으로 투자자의 돈을 모아 사실상 다른 투자자에게 ‘돌려막기’하는 것은 유사수신행위와 같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최씨는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돼지 분양 투자 명목으로 투자자 1만여명에게서 2,400억여원을 투자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과 2심은 “최씨 사업은 기본적으로 양돈업을 수익모델로 한 것으로 실물거래를 가장·빙자해 자금을 조달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유사수신행위 혐의에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법조 비리’ 의혹으로 기소된 홍만표 변호사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변호사 시절 함께 수임한 사건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았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변론했다는 ‘몰래 변론’ 의혹이 제기됐으나 당사자들은 부인했다. /김흥록기자 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