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이를 잃은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가족 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족을 둔 자살유가족에겐 더욱 어려운 일이 될 수 있다.
사춘기 시절 아버지의 자살이라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겪은 저자는 기억 속에서 아버지의 흔적을 재빨리 지우는 것만이 상실의 고통을 이겨내는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지난 모든 일들을 기억 저편에 서둘러 묻어두어야 했던 저자는 오십 중반 즈음 오랜 친구로부터 산티아고 순례 초대를 받는다. 자신 안에 쌓인 어두운 감정과 화해하고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산티아고로 떠나지만, 순례 도중 작은 오빠가 아버지와 같은 방식으로 목숨을 버렸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남은 자들을 위한 길, 800㎞’는 상실과 고통 속에서 외롭게 울고 있었던 저자 자신뿐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자살유가족을 위해 깊은 마음속 이야기를 담아놓았다.
저자는 “혹여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이가 있다면,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고 혼자 울고 있는 이가 있다면, 자살을 남의 일이라 여기고 성공만이 살 길이라며 숨 가쁘게 달려가는 이들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며 “상실은 더 큰 지혜와 사랑을 얻는 기회”라고 말한다. 1만3,000원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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