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회사 넥슨의 창업주인 김정주(48) NXC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진경준(49) 전 검사장이 법정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한 반면, 김정주 회장 측은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인정했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진 전 검사장의 2회 공판준비기일에서 진 전 검사장 변호인은 “사업적으로 성공한 김 회장이 친구지간에 베푼 호의나 배려가 뇌물수수 혐의로 비화, 매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으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고 많은 분께 실망을 안겨드려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변호인들 입장에서 보면 윤리적인 측면에서 비난하는 것과 별도로 과연 피고인이 처벌을 받아 마땅한 범죄를 저질렀나,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경제적 이익에 눈먼 파렴치한 사람으로 매도되는 게 온당한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변호인은 검찰이 기소한 공소사실을 반박했다. 진 전 검사장이 넥슨 주식 매입 기회를 제공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공무원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넥슨 주식 매입 기회가 제공됐다”며 “공무원의 지위와 무관하다”고 주장했고, 이 주식을 넥슨 재팬 주식으로 바꾼 혐의에 대해서는 “당시 넥슨 주식을 갖고 있던 모든 주주에게 공통으로 부여됐던 기회”라고 반박했다.
또 진 전 검사장이 김 회장에게서 제네시스 차량을 받거나 해외여행 경비 일부를 지원받은 혐의도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넥슨 주식 취득이나 김 씨에게서 금품 제공이 이뤄진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피고인이 넥슨이나 김 씨에게 단 한 번도 직무상 도움이나 편의를 제공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두 사람은 대학 시절부터 호연지기를 키우던 단짝 친구로, 각자 분야에 진출해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면서 뜻을 나눈 사이”라며 “그런 밀접한 관계에 의해 전개된 일련의 호의와 배려의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김 회장의 변호인은 “공소사실 관계를 인정한다”며 진 전 검사장 변호인과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의 변호인은 김 회장이 향후 자신이나 회사에 문제가 생겼을 때 진 전 검사장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 마음에 금품을 공여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김 회장의 변호인은 “여행경비 중 일부는 진 전 검사장을 비롯한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갈 때 항공권 등 일부를 부담한 것”이라며 “이런 경우 직무와 관련된 건지 법리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진 전 검사장 측은 대한항공 전 부사장 서모 씨에게 처남의 청소용역업체로 일감을 몰아주게 한 ‘제3자 뇌물수수’ 혐의도 “대한항공과 처남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직무 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공직자윤리위에 3차례나 허위 소명서를 제출한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도 “윤리위가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주식이나 자금을 거래하며 장모와 처남 등의 명의의 계좌를 사용한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혐의는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준비 절차를 마치고 이달 말부터 증인들을 소환해 신문할 방침이다. 진 전 검사장 공소 건에 대한 김 회장의 증인 신문은 다음 달 11일 열린다. /김영준인턴기자 gogunda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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