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이어 발생한 ‘경주 지진’과 관련해 국민안전처 홈페이지가 또다시 먹통이 된 이유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안전처 홈페이지는 지난 12일 밤 규모 5.8 강진 때 접속자 폭주로 다운된 후 용량 증설에 나섰지만 1주일 만인 19일 밤 규모 4.5 지진에 다시 2시간가량 접속 장애를 일으켰다. 재난 담당 주무 부처의 홈페이지가 지진에 연거푸 마비되면서 정부의 전산망 관리 능력이 도마에 올랐다.
김우한 정부통합전산센터장은 20일 기자들과 만나 “전날 안전처 홈페이지 접속 장애는 하드웨어 문제가 아니라 홈페이지에 연결된 여러 서비스의 문제로 파악됐지만 원인은 아직 모르겠다”고 말했다. 평소 접속자가 500여명 수준인 안전처 홈페이지는 12일 밤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한 직후 한꺼번에 4만4,000명이 몰려 3시간가량 다운됐다. 이에 정부 기관 홈페이지를 통합 관리하는 행정자치부 산하 정부통합전산센터는 클라우드 기술을 적용해 처리용량을 최대 80배까지 늘렸다. 하지만 19일 밤 다시 5만1,000명이 몰리면서 2시간 넘게 접속 장애를 또 일으켰다. 당일 지진이 발생한 지 5분 뒤인 오후8시38분 가장 높은 접속자 수를 보였다.
김 센터장은 “12일 밤 용량 증설 당시 이 정도의 스파크 트래픽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전날 안전처 홈페이지 서버의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 사용량은 20% 수준으로 다운된 원인이 하드웨어 쪽은 아닐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결국 용량은 충분히 증설했고 홈페이지가 다운된 이유가 다른 곳에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12일 밤 당시 정부종합전산센터 측이 안전처 홈페이지 다운에 대한 세밀한 분석 없이 단순히 ‘용량 늘리기’로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안전처 홈페이지의 경우 각종 법령 정보와 화재 정보 사이트 등 외부 시스템이 13개나 물려 있는데 접속자가 폭주할 때 이 시스템의 부하가 높아져 다운됐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재난 관리 주무 부처의 홈페이지가 1주일간 두 번이나 마비되면서 클라우드 시스템을 사용하는 다른 정부 부처와 달리 기상청처럼 안전처도 자체 서버를 두고 비상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통합전산센터 측은 앞으로 1주일 동안 안전처 홈페이지를 정밀 분석해 원인을 파악하고 대안을 내놓기로 했다. /한영일기자 hanu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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