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가오는 것들’은 50대 여성에게 닥쳐오는 ‘이별들’을 관조하게 하는 작품. 고교 철학교사 나탈리(이자벨 위페르)는 아내이자 엄마로 그리고 딸로 50대 여성의 평범한 삶을 산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자신의 외도 사실을 알리며, 이제부터는 그 여자와 함께 살겠다고 통보한다. 너무나 충격적인 사실이지만 나탈리는 “그 사실을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데 왜 말하냐”고 약간 짜증을 낼 뿐이다. 남편과의 결별 이후에도 자식을 돌보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는 등 나탈리의 삶에는 변화가 없다. 그녀에게 이별이란 그저 하나의 일상일 뿐이다.
50대의 돌연한 파경에 이처럼 초연할 수 있는 것인가? 30대 미혼 여성인 연승 기자와 기혼 남성인 박성규 기자가 같은 영화를 보고 두 가지 생각을 들려주는 ‘동상이몽(同像二夢)’이다.
연승 기자(이하 연)=“나이가 들면서 가장 두려운 건 혼자 남게 되는 일 같아. 철학교사인 나탈리마저 마흔이 되면 여자로는 끝이라고 하고, 남편도 떠나고, 엄마도 떠나고, 결국 남겨진 건 엄마가 기르던 고양이 한 마리 뿐이야. 그리고 나탈리의 딸은 아빠도 유혹에 약한 한낱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 같아.”
박성규 기자(이하 박)=“맞아. 딸이 아버지의 외도 사실을 목격하게 되면서 엄마에게 그 사실을 고백하라고 하잖아. 딸의 입장에서는 엄마 아빠의 파경을 바라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보다는 엄마와 같은 여자로서의 배신감이 더 컸던 게 아닐까 싶어.
연=“두 사람이 이별하는 모습도 지나치리만치 태연해. 나탈리는 남편이 집을 떠나고 나서 남은 텅 빈 책장을 보면서,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냈던 별장을 정리하면서 약간 툴툴댈 뿐이잖아. 남편은 집을 떠나면서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부터의 세계’가 안 보이니 찾으면 좀 보내달라는 쪽지를 남기는데, 이 장면은 참 씁쓸하더라고.
박=“사실 프랑스의 놀라운 신예 여성 감독 미아 한센-러브의 작품이고 칸, 베를린, 베니스영화제에서 다섯 번이나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최고의 배우 위페르가 출연해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지만, 남편과 아들, 즉 남성의 심리를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룬 점은 아쉬웠어.”
연=“남자들은 원래 그렇지 않나? 이별에 대한 시그널은 ‘침묵’인 것 같은데, 그런 면에서 난 이별에 대한 남성들의 심리 묘사 생략이 바로 남성들의 ‘리얼 태도’라고 생각했거든.
박=“참, 처음에 혼자 남게 되는 게 두렵다고 했잖아. 그래도 결혼은 꼭 해. 인생에서 해볼만한게 결혼이거든.”
연=“결국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다른 여자랑 살겠다고 하고, 내가 못 찾은 내 책 좀 보내달라는 마지막 쪽지를 남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결혼을 해?”
박=“그래도 계속 혼자인 것보단 낫지. 결국 혼자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둘이었다가 혼자가 되는 편이 낫지 않아?”
연=“알았어. 기혼자 얘기니 새겨들을게. 만나고, 헤어지고, 헤어지고, 만나고 뭐 다 그런 게 인생일테니. 그러고 보니 영화에서 ‘이별’만 있는건 아니네. 딸이 아기를 낳잖아.”
박=“그래, 삶이 그렇듯 여러 가지가 다 다가오지.”
/연승·박성규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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