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합의에 대해 정부는 강하게 우려한다.” (30일 오전11시 정부 합동 성명)
“제도 도입에 페널티 매기는 것은 잘못됐다.” (30일 오후2시 서울시 긴급 브리핑)
서울시 산하 5개 공기업이 노사 합의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정부와 서울시가 정면 충돌했다.
‘청년수당’을 놓고 한 차례 격한 대립을 겪은 양측이 이번에는 성과연봉제 도입 문제로 다시 격돌하게 됐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 산하 기관이 정부 의도대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더라도 정부가 직접 취할 수 있는 카드는 제한적이어서 서울시가 끝까지 버틸 경우 정부로서도 난감한 상황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행정자치부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와 함께 ‘서울시 지방 공기업, 성과연봉제 반드시 도입해야’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김성렬 행자부 차관은 “119개 국가 공공기관과 143개 지방 공기업 중 유일하게 서울시 산하 5개 공기업만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은 것은 강하게 우려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전날 서울메트르와 도시철도는 성과연봉제를 노사 합의로 도입하기로 하고 사흘간 진행된 파업을 철회했다. 국가 및 지자체 공공기관 262개 가운데 157곳은 지난 7월까지 이사회 의결 등을 통해 모두 성과연봉제를 도입했으나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철·SH공사·서울농수산식품공사·서울시설공단 등 5곳만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았다. 게다가 서울시가 ‘노사 합의’를 통한 도입이라는 전제를 내세운 터라 노조가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으면 제도 도입은 사실상 어렵게 된다.
행자부는 올해 말까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는 지방 공기업에 대해 내년 임금동결과 경영평가에서 최대 3점의 감점을 주기로 했다. 이럴 경우 해당 기관들은 경영평가 등급이 2~3단계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김 차관은 “서울시의 이번 결정이 다른 공공기관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도 있다”며 “추가적인 페널티를 검토해서라도 공공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사와 서울시의 노력에 칭찬은 못할 망정 합의와 파업 종결을 폄하하는 중앙정부는 제정신이 맞느냐”며 “정부가 갈수록 이성을 잃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발맞춰 이날 오후2시 서울시는 긴급 브리핑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안 하는 것은 아니고 앞으로 기관별 개별 협의가 진행될 것”이라며 “큰 제도의 틀을 도입하는 데 시간을 정해놓고 이를 하지 않으면 벌점을 물리고 페널티를 매기는 것은 잘못됐다”고 밝혔다. 서울시 안팎에서는 박 시장이 대선 가도를 염두에 놓고 성과연봉제 문제를 부각시킴으로써 지지세력 확산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분석대로라면 앞으로 서울시가 중앙정부에 대해 더욱 날카롭게 각을 세울 수밖에 없어 양측 갈등의 골도 더 깊어질 우려가 커졌다.
/한영일·김민정기자 hanu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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