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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옥천사 가보니]도난 불화 기다리는 10개의 시왕 조각상

'시왕도' 10폭 중 '제2초강대왕도'

도난당한지 40년만에 佛서 회수

'제1진광대왕도'는 행방조차 묘연

보물 제1693호 ‘시왕도’가 걸려있는 경남 고성 옥천사 명부전 내부. 원래 10폭인 시왕도 중 일부가 도난 당한 탓에 10개의 시왕상과 8폭의 시왕도가 엇갈리게 배치돼 있다. /사진=조상인기자




1976년 도난당해 40여 년만에 환수된 경남 고성 옥천사의 시왕도 중 2폭인 ‘제2초강대왕도’ /사진제공=대한불교조계종


‘시왕도(十王圖)’란 저승세계를 관장하는 10대왕을 그린 불화의 일종이다. 그런데 보물 제1693호로 지정된 경남 고성 옥천사의 ‘시왕도’는 8점 뿐이다. 그중 2점이 도난당했기 때문이다. 사찰 기록물을 수집·보관하는 대한불교조계종 중앙기록관에 따르면 도난 시점은 1976년 11월. 지난 3일 찾아간 옥천사의 시왕도 소장처인 명부전에는 2폭의 시왕도를 제외한 8폭 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시왕도 한 폭당 시왕 조각상 1위를 함께 배치해야 하지만 8폭의 그림은 10개의 시왕상과 조금씩 어긋나 있다. 옥천사는 신라 문무왕 16년이던 676년 의상대사가 건립한 사찰이며, 시왕도는 양식상 특징으로 볼 때 18세기 것으로 추정된다.

40여 년 전 도난당한 불화가 프랑스에서 환수됐다.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자승스님)은 경남 고성 옥천사(주지 진성스님)와 함께 옥천사 시왕도 중 한 폭인 ‘제2초강대왕도(第二初江大王圖)’를 프랑스에서 환수했다고 최근 밝혔다.

도난당한 시왕도는 ‘제1진광대왕도’와 ‘제2초강대왕도’로 문 앞쪽에 걸려있던 벽화를 떼어내 훔쳐갔던 것으로 추정된다. 2폭을 잃은 상태지만 완성도와 보존상태가 좋은 시왕도 8점과 정면의 지장보살도 1점은 2010년 보물로 지정됐다. 이번에 환수된 ‘제2초강대왕도’는 한국에 체류한 적 있는 프랑스의 개인 소장자가 1981년에 인사동 고미술상에서 구입해 프랑스로 갖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35년간 프랑스에 있던 이 유물의 존재가 최근 프랑스 국립기메박물관을 통해 문화재청에 알려졌고 이 내용을 전해받은 조계종은 도난여부에 대한 근거서류를 조사했다.

신라시대인 676년 조성된 옥천사에는 천년고찰의 향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시왕도 1폭에 시왕상 1위씩 맞아떨어지게 제작됐으나 시왕도 10폭 중 2폭이 도난당하는 바람에 그림과 조각상이 어긋나게 배치돼 있다.


도난 문화재임을 확인한 소장자는 불화의 원래 소장처인 옥천사 반환에 동의했고 개인소장자에게 기증사례비를 지급하는 유상기증형태로 환수가 결정됐다. 돌아온 ‘시왕도’는 지난 9월 23일에 불교중앙박물관 수장고로 옮겨져 보존상태 확인 후 안정화 시간을 거쳐 옥천사로 돌아갈 예정이다.

도난당한 시왕도 외에도 옥천사 소장 불화들은 고난을 겪었다. 1744년 화승 효안(曉岸)의 주도하에 조성된 옥천사의 대웅전과 명부전 불화 중 대웅전의 ‘삼장보살도’는 1988년에, ‘영산회상도’는 1997년에 도난된 상황이다. 명부전 불화인 ‘시왕도’ 중에서 환수된 것 외에 도난된 ‘제1진광대왕도’는 아직도 행방이 묘연하다. 앞서 2014년과 지난 8월에도 옥천사에서 도난당한 나한상 2점씩 총 4점이 환수된 바 있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 측이 1999년 처음 발간된 불교문화재 ‘도난백서’를 근거로 파악한 도난된 불교유물 수는 994점에 이른다. 이 중 경찰 공조나 은닉 유물 수사 등을 통해 회수한 것은 172점이다. 조계종이 ‘도난백서’를 만들기 전인 1970~80년대는 한해 평균 30건의 불교문화재가 도난됐었다. /글·사진(고성)=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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