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예상과 달리 오는 2018년 아파트 입주물량이 2017년을 초과하면서 전문가들의 시각도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시장에서 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여전하지만 여러 전문가들은 가격폭락은 아니더라도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지방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입주대란 여파의 후폭풍이 매우 클 것으로 전망하는 견해가 우세하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실장은 “내년 시장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가 되는 물량인 것은 사실”이라며 “2년 동안 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가격이 떨어지거나 매물이 쏟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19년 이후에는 안정될 가능성이 크지만 2017~2018년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당초 예상과 다르게 입주물량이 늘면서 물량 증가에 따른 소화불량과 가격하락은 불가피해보인다”며 “지난 2008년 입주대란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오는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입주 시점 전후로 단기적인 조정은 모든 곳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부동산 값 폭락 가능성은 낮지만 지역별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공급이 여전히 부족한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 등은 입주물량 증가에도 가격 상승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지만 다른 지역은 전망이 밝지 않다는 의미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금리 인상 등 대외적인 문제까지 겹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며 “단 서울과 부산·제주·세종시 등 수요가 많은 지역들의 경우 가격조정의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입주대란이 현실화되지 않을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당초 예상과 달리 2018년 입주물량이 늘었지만 2008년 이후 4~5년 동안 공급이 줄었던 것을 감안하면 과거 2008년 같은 입주대란 악몽이 되풀이될 정도는 아니라는 점이다. 아울러 내년부터는 신규 공급물량이 올해보다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점도 작용한다. 젊은 층이 새롭게 주택 구입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는 점도 입주대란에 대한 반론 중 하나다. 실제 최근 시장에서 공급된 아파트의 경우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중소형 단지들이 대부분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입주물량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을 전체적으로 확대 해석하기에는 무리”라고 말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 가격 하락은 받겠지만 역전세난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한 전문가는 “결국 입주물량을 시장에서 어느 정도 소화하느냐가 이슈”라며 “하반기로 예정된 미국의 금리 인상 등 거시경제 변수가 주택 수요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완기·정순구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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