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가치의 지속적인 절하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수출이 다시 큰 폭의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글로벌 시장에 중국발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2월 이후 중국의 수출입 실적이 어느 정도 안정세를 보이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잦아드는 듯했지만 지난달 달러화는 물론 위안화 기준으로도 수출 상승세가 급격히 꺾인 것으로 나타나자 전문가들은 중국의 수출 둔화 흐름이 가뜩이나 약세 기조인 위안화에 평가절하 압력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금융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13일 중국 해관총서(관세청)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9월 위안화 기준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 감소했다. 2.5% 증가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이 뒤집힌 것은 물론 2월 -20.6%라는 충격적인 감소를 기록한 후 6개월 연속 유지하던 증가 흐름도 깨졌다. 위안화 기준 수입도 2.2% 증가에 그쳐 5.5% 증가를 예상했던 시장의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원재료와 부품을 수입해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중국의 산업 특성을 감안할 때 수입 둔화는 중국 경제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달러화 기준 지표는 더 안 좋다. 수출액은 1,845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0% 감소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3.2%)나 전월치(-2.8%)보다 크게 낮은 수치로 6개월 연속 감소세다. 달러화 기준 수입 역시 1,425억달러로 전년 대비 1.9% 줄었다. 전문가들의 예상치(1.0%)와 전월치(1.5%)를 모두 하회한 수치다.
무역수지는 달러화 기준으로 419억8,000만달러, 위안화 기준으로 2,784억위안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흑자 폭은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특히 시장은 이 같은 수출 감소가 최근 위안화 가치가 약세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나타났다는 점에서 이날 발표 결과를 적잖이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황쑹핑 해관총서 대변인은 “위안화 가치절하는 수출에 유리한 요인이지만 기업의 수입 원자재 원가 상승도 가져오기 때문에 부담이 됐다”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 당국이 올 목표성장률(6.5~7.0%)을 지키기 위해 수출 둔화세를 줄이기 위한 환율 고육책을 펼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달 초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기축통화 편입 이후 연일 약세를 보이고 있는 위안화에 당장 추가 절하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미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위안화 기준환율을 달러당 6.7296위안으로 고시하며 위안화 가치를 SDR 기축통화 편입 이후 4일 연속 떨어뜨렸다. 지난달 28일부터 거래일 기준 7일 연속 내리막인 위안화 가치는 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상태다.
홍콩에 위치한 RBC캐피털의 수 트린 외환투자전략가는 “중국의 수출 감소세는 세계 무역의 둔화를 반영하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로서는 수출 회복과 경제 둔화를 막기 위해 위안화 절하를 용인하는 것이 가장 충격이 적은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의 데이비드 추 이코노미스트도 “유럽연합(EU)과 영국으로의 수출 감소가 이번 9월 중국 무역실적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면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이후 중국의 반사이익 기대감이 무너진 이 같은 결과로 중국 경제의 하방 위험도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10월부터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상품 주문이 시작되는 만큼 중국의 수출실적이 다소 회복세를 보일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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